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한국전략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지난 11일 서강대 바오로관에서 열렸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한국전략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지난 11일 서강대 바오로관에서 열렸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학자들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 주도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서류 중심 심사로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데서 벗어나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패자 부활’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1일 ‘저성장 시대의 경영전략’이란 주제로 서울 서강대 바오로관에서 열린 한국전략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한 120여명의 경영학과 교수 및 기업가들은 “한국의 저성장은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불확실성 대응부터 기업가 정신과 전략 변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업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선진 기업 따라잡기 전략은 수명 다해

한국전략경영학회장인 박종훈 서강대 교수는 “최근 스마트폰 기술이 발달하면서 산업 구조가 업종 간 융합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업들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기존 사업을 고수해 저성장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성장 전략이던 선진 기업 따라하기는 삼성전자 LG화학 등의 기업이 글로벌 선두 주자로 떠오르면서 수명을 다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창업 지원책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지적됐다. 진병채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벤처 지원은 초기 창업자금 지원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자금 지원뿐 아니라 네트워크 형성 등 사후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나 청년 실업이 저성장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소득 없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소비하지 않는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며 “청년 실업이 늘어나 청년층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도 저성장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1.1%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체감실업률은 22.9%에 달해 청년 네 명 중 한 명은 사실상 실업에 가까운 상태다.

○개방적 사업 환경에 대응해야

김장훈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략적 제휴와 개방적 혁신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전자제품 생산 업체였던 소니가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 진출해 설립한 소니뱅크의 총자산은 지난해 2조567억엔(약 18조7000억원)에 달한다”며 “2000년 시행된 일본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 등 제도적 변화로 소니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기술(IT) 발달로 시장 환경이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어 금융 분야를 두고 기존 업체뿐 아니라 전자업계와 유통업계가 경쟁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각종 규제로 인해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