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크렌쇼"…44년 출장한 노장 은퇴에 기립박수
‘잘 가시오! 벤~.’

지난 10일 제79회 마스터스토터먼트가 열리고 있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퍼팅의 달인’ 벤 크렌쇼(64·미국)가 18번홀로 들어서자 어둑해진 하늘 어디선가 천둥이 울렸다. 이날 85타째인 퍼팅 스트로크로 크렌쇼가 2라운드 경기를 마치자 그린을 둘러싸고 있던 갤러리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린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칼 잭슨(68·미국)이 다가와 그와 포옹했다. 잭슨은 1976년부터 크렌쇼의 백을 메준 캐디이자 오랜 친구.

또 한 명의 거장, 크렌쇼가 마스터스를 은퇴했다. 44년 연속 출장이라는 마스터스 사상 최다 기록도 이날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2라운드 중간합계 32오버파로 커트 탈락했다. 97명의 골프 명인 중 최하위 성적.

노장의 마지막은 빛나지 않았지만 그의 전성기는 화려했다. 크렌쇼는 1984년과 1995년 두 번 그린재킷을 입은 마스터스 멀티 우승자다. 크렌쇼와 함께 마스터스를 지켰던 캐디 잭슨도 이날자로 마스터스에 이별을 고했다. 14세 때부터 오거스타 인하우스 캐디(클럽 소속 캐디)로 일을 시작한 지 54년, 크렌쇼와 함께 호흡을 맞춘 지 40년 만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