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단 실력"…MBC 예능이 변했다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일밤’과 ‘무한도전’이 각각 새로운 코너와 화제의 특집으로 새 얼굴들을 선보여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방영된 ‘일밤-복면가왕’의 첫 회 시청률은 직전 종영 프로그램의 두 배가 넘는 8.2%(TNMS,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고, 4일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도 18.1%를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 편 모두 독특한 방법으로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 게 주효했다. ‘일밤-복면가왕’에선 출연자들이 의외의 방식으로 등장했다. ‘꽃피는 오골계’ ‘집나온 수사자’ ‘황금락카 두통 썼네’ 등 기발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가면을 쓰고 나와 노래 실력을 뽐냈다. 이 프로그램이 내건 ‘편견 없이 실력으로 승부한다’라는 기치는 사회적인 의미까지 담아냈다. ‘스펙보다 실력’이 중요한 최근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복면 속 출연자들은 저마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첫방송에서 탈락했지만 만만찮은 실력을 보여준 배우 김지우, 박광현과 개그맨 ‘블랑카’ 정철규는 연예인 판정단도 전문 가수로 착각할 만큼 대단한 가창력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민철기 PD는 “편견 없이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핵심 장치가 복면”이라며 “앞으로도 반가운 얼굴, 의외의 얼굴과 실력 있는 출연자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섯 번째 멤버(식스맨)를 공개적으로 뽑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무한도전’도 ‘스펙보다는 실력’으로 새 멤버를 뽑고 있다. ‘무한도전’은 인지도나 인기를 캐스팅 기준으로 삼지 않고 시청자와 함께 공개적으로 멤버를 선발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다.

지난 4일 네티즌 추천, 면접, 공개 토론회, 후보 간 투표 등을 거쳐 총 21명에서 압축한 5명의 최종 후보들에게 방송 아이템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본인이 기획한 아이템을 실제 방송으로 만드는 ‘실습’까지 하기로 결정됐다. 그 과정에서 각 후보들은 저마다 지지층을 형성했고, 시청자 사이에서는 누가 더 식스맨에 어울리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역기능도 나타났다. 일부 시청자는 자신이 지지하던 후보가 탈락하자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고, 인터넷에는 각종 루머가 퍼져나갔다. 신뢰가 부족한 병폐가 돌출한 셈이다. 김태호 PD는 “예능을 위해 열심히 뛰는 다양한 스타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모든 것은 공정한 룰에 따를 것”이라고 선언했다. ‘무한도전’은 11일 5명 후보들이 기존 멤버와 짝을 지어 촬영한 내용으로 시청자의 심판을 받는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