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들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전해지자 이 사건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박(친박근혜)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규정하고 공세를 펼쳤다.

새누리당엔 비상이 걸렸다. 10일 광주를 방문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서울로 올라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오후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경기장을 둘러보고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간담회를 취소했다. 김 대표는 유니버시아드 경기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이 4·29 재·보선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파장이 오지 않도록 확실하고 선명한 노선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국회의원 모임인 ‘아침소리’ 소속 의원 6명은 “부정부패 척결에 절대 성역은 있을 수 없다”며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친(親)이명박계인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여권을 향한 공세에 나섰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의 내용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친박 권력의 총체적 부정부패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며 “성역 없는 수사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표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친박 권력형 비리 게이트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공격 수위를 조절하자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섣부른 강공은 자칫 4·29 재·보선을 앞두고 여권 지지세를 결집시키는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