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위, 개막 하루 앞두고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안전상 이유로 폐쇄 통보
연극계 "이해할 수 없는 처사"
고재연 문화스포츠부 기자 yeon@hankyung.com
지난 4일 개막한 ‘제36회 서울연극제’가 파행 위기를 맞았다. 공식 참가작 일곱 편 중 두 편이 공연장 폐쇄로 무대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개막 전날인 3일 저녁 서울연극제 주 공연장인 ‘아르코예술극장(옛 문예회관)’을 안전상의 이유로 오는 13일부터 내달 17일까지 한 달여간 긴급 폐쇄한다는 공문을 서울연극협회에 전달했다.
아르코예술극장은 문화예술위 산하 극장이다. 폐쇄 기간은 서울연극제 기간(4일~내달 10일)과 겹친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선 공식 참가작 중 극단 광장의 ‘6·29가 보낸 예고 부고장’(23~29일)과 극단 76의 ‘물의 노래’(내달 3~9일)가 공연되고, 폐막식(내달 10일)이 열릴 예정이었다.
문화예술위는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연극계에서는 “선뜻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극장을 폐쇄하면 공연을 올릴 무대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서울연극협회와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개막 전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위 관계자는 “지난달 30~31일 극장 시설 점검 결과 ‘구동부’ 60여개 중 2개에서 이상이 발견됐고, 추가적인 이상이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3일 폐쇄를 결정했다”며 “대관 문제는 대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구동부란 무대 세트와 조명기를 매다는 60여개 파이프다. 최근 이 파이프를 움직이는 모터가 고장나 일부 새것으로 교체했는데, 추가적인 이상으로 조명기 등이 추락할 우려가 있어 극장을 폐쇄하고 정밀 진단과 보수를 하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2일 시작해 10일까지 이 극장에서 공연 중인 한국춤협회의 ‘제29회 한국무용제전’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지난해 11월부터 문화예술위와 서울연극제 대관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은 연극계로서는 오해할 소지가 있다. 당시 문화예술위는 서울연극제의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 대관 심의에서 ‘신청서 자료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36년 만에 처음으로 탈락시켰다. 이 문제로 서울연극협회가 문화예술위를 고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나 문화예술위가 아르코예술극장 대관을 허용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다.
문화예술위 관계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직접 서울연극협회를 방문해 공문을 전달하고 사정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극계에서는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1년 넘게 준비한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몰린 극단 광장의 문석봉 대표는 “공연 분야에서 40년째 일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민간 단체도 아니고 국가 단체에서 이런 식으로 일처리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망신”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문화스포츠부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