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증산 경쟁 마무리…"품질에 올인"
한국타이어의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조현식 사장이 타이어 증산 경쟁의 종식을 선언했다. 연평균 10% 안팎으로 타이어 생산량을 늘려 왔지만 이제는 공장 신·증설보다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타이어 소음 문제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에 장착된 한국타이어를 무상 교체해주기로 하면서 불거진 품질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미도 있다.

◆미국 공장으로 증산 일단락

한국타이어그룹의 전략을 총괄하는 조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그동안 타이어 수요량이 많아 해외 공장을 계속 건설해 왔다”며 “하지만 진행 중인 신·증설 공사가 끝나면 당분간 증산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전문 인력을 해외에 파견해 공장을 새로 짓고 기존 공장을 생산량을 늘리는 데만 치중해 다른 곳에 신경쓰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양적 확대보다 질적 개선에 주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대신 생산성 향상을 중점 과제로 지목했다. 조 사장은 “해외 공장은 이제 설립 초기 단계여서 대전이나 금산 공장의 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 공장의 생산 시설을 안정시키고 근무 시간만 잘 조정하면 현재보다 생산성을 10%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10년 가까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품질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고 강조했다.

세계 7위인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본격적인 증설에 나섰다. 세계 5위권인 굿이어와 콘티넨탈 등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2010년 7900만개였던 생산량은 2012년 8700만개로 늘었고 작년에는 9200만개를 넘어섰다. 중국 충칭과 인도네시아, 헝가리공장에서 증설이 진행되고 있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생산량 1억개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10월 착공한 미국 테네시공장이 완공되는 2017년엔 연간 1억2000만개 이상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미국 테네시공장이 사실상 마지막 대규모 증산이 될 것”이라며 “품질 경쟁에서 이겨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를 압도하자”고 했다.

◆공장별로 1000만개 이상 생산

한국타이어가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을 완료하면 국내외 모든 공장별 생산량은 연간 1000만개 이상이 된다. 세계 타이어 업체 중 처음이다. 대전과 금산 공장의 생산량이 각각 2200만개, 2300만개를 유지하고, 연내 증설이 끝나는 중국 공장의 생산량도 2000만개에 이른다.

현재 600만개가량인 인도네시아 공장의 생산량도 1200만개로 갑절이 된다. 헝가리 공장의 생산량도 600만개에서 1800만개로 늘어난다.

신정관 KB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다”며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1조31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년 연속 1조원대 이익을 이어갔다. 영업이익률은 15.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고성능 타이어(UHPT) 매출이 늘고 신차용 타이어 공급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사상 첫 7조원대 매출을 내고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