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와 협곡의 향연…선경(仙境)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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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이저우
중국 서남부에 있는 구이저우(貴州)성은 마오쩌둥이 당권을 장악하고 ‘대장정’의 서막을 연 곳이다. 역사의 자취가 숨어 있는 구이저우는 울창한 원시림에 거대한 폭포군, 용암굴, 대협곡까지 갖추고 있다. 마치 선경(仙境) 속에 빠져버린 듯 눈을 들어 사방을 보아도 자연이 스스로 빛나는 구이저우는 중국 제일의 풍경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시아 최고 황궈수 폭포의 위용
“맑은 날이 사흘을 못가고, 40리 안에 평지가 없다”는 구이저우는 남성적인 땅이다. 우락부락한 근육처럼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고, 우렁우렁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는 천지를 울린다. 구이저우는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휴가 때마다 찾을 만큼 풍광이 뛰어나다.
구이저우의 자연을 느끼려면 성도인 구이양(貴陽) 서남쪽에 있는 안순(安順)으로 가야 한다. 구이저우의 대표적인 자연경관이 대부분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중 신비의 수중동굴인 롱궁(龍宮)은 말 그대로 용의 궁전처럼 길고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만든 테마파크 같다. 롱궁은 길이 15㎞, 면적 60㎢의 거대한 동굴이지만 관광객이 볼 수 있는 곳은 겨우 5㎞에 불과하다. 배를 타고 어두운 동굴을 헤치고 가다 보면 지하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가 된 것 같다.
롱궁에서 15㎞ 정도 떨어진 곳에 황궈수(黃果樹)폭포가 있다. 나이아가라, 빅토리아, 이과수 폭포와 함께 세계 4대 폭포의 하나로 꼽히는 황궈수는 그 높이가 74m, 폭이 81m나 된다. 폭포에 이르려면 먼저 작은 분재원을 거쳐야 한다. 수백 가지의 다양한 분재도 볼 만하지만 분재원 산책길부터 들리는 물소리가 사람들의 심장을 움켜잡는다. 폭포는 폭포와 만나 서로 몸을 섞었다. 폭포 중앙에 있는 거대한 폭포는 마치 주변의 폭포를 호령하는 것처럼 당당하게 흘러내린다.
대폭포를 중심으로 해서 폭포가 모두 18개. 크기도 제각각이고 흘러내리는 방향도 다르다. 전후좌우, 상하 등 모두 6곳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폭포이다 보니 관광객들도 제각각 분산돼 폭포를 감상한다. 폭포 지역이 워낙 거대해 날씨가 좋은 날이면 폭포 인근에 무지개가 걸릴 정도다. 폭포 아래 석상으로 서 있는 명말의 여행가 서하객(徐霞客)은 황궈수 폭포에 대해 “진주를 두드리고 옥을 깨뜨리듯이 물방울이 마구 튀는 데 물안개들이 하늘로 솟아나기에 굉장한 장관”이라고 묘사했다. 지구의 아름다운 흉터 ‘마링허 협곡’
폭포 근처에는 카르스트 암석으로 돼 있는 톈싱차오(天星橋) 풍경구가 펼쳐진다. 다양한 모양의 종유석은 그 자체로도 대단한 볼거리다. 종유석의 크기는 우리가 동굴에서 보았던 정도가 아니다. 높이 50m를 넘고 직경은 150m나 된다. 작은 동산만한 종유석은 반질반질하면서도 기묘한 형태를 띠고 있다.
구이저우성 서남쪽에 있는 마링허(馬嶺河) 협곡도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지구의 가장 아름다운 흉터’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마링허 협곡은 크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우주에서도 보일 정도라고 한다. 길이 75㎞에 너비가 최소 50m에서 150m나 된다.
마링허 협곡에는 그야말로 억겁의 세월이 농축돼 있다. 석회가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낸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동굴과 협곡을 보노라면 구이저우성이 내세우는 ‘다채구이저우(多彩貴州)’가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호사가들은 구이저우는 5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푸른 숲의 초록, 까만 가옥의 검정, 폭포의 흰색에다 파란색과 빨간색은 소수 민족을 말한다.
핍박과 수난의 역사 먀오족의 슬픈 사연
소수민족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구이저우 여행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없다. 구이저우에는 먀오(苗), 부이(布依), 수이(水) 등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17개 소수 민족이 있다. 구이저우에 ‘5리마다 습관이 다르고 10리마다 풍습이 다르다’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소수민족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민족은 먀오족(200만명)으로 중국전쟁의 신인 치우를 선조로 삼고 있다. 먀오족은 오랜 세월 고난과 박해를 견디며 살았다. 치우가 황제와의 전투에서 패한 후 후난성 산간으로 쫓겨갔고, 당송시대에는 핍박을 피해 다시 구이저우 남동쪽 산중으로 숨었다. 청나라 강희제 시절 먀오족이 무려 40만명이나 죽임을 당하자 반란을 일으켜 무려 17년간이나 저항했던 민족이다.
구이저우에서 마오쩌둥이 대장정을 시작한 것은 어찌보면 우연한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 소수민족의 삶을 찬찬히 둘러보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구이양 시내 중심에 있는 대극장에서 민속가무인 ‘다채구이저우풍(多彩貴州風)’ 공연을 놓치지 말자. 구이저우의 자랑인 자연과 산천,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 국주(國酒)인 마오타이를 만드는 과정을 표현한 화려한 공연이 무대를 수놓았다.
해외 공연에서도 연일 매진 사례가 빈번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묘족 가수가 부르는 ‘귀주연가’다.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는 산골 신랑의 두근거림을 표현한 노래가 무대를 가득 메우면 중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조차 감동을 받는다. 공연이 끝날 즈음 구이저우의 밤은 깊어가고 협곡 위로 휘영청 달이 떠올랐다.
여행정보
구이저우로 가는 직항은 현재 없다. 인천에서 상하이 푸둥공항까지 간 후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구이양 공항으로 가야 한다. 비행 시간과 갈아타는 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6시간 정도 걸린다. 구이저우 기후는 아열대에 속하고 겨울에 따뜻하며 여름에는 서늘하다. 구이저우에 대해 정보를 얻고 싶으면 인터넷 홈페이지 구이저우여유망(gz12301.com)을 통하면 된다. 하나투어는 베이징, 충칭, 광저우, 쿤밍 등을 경유하는 구이저우성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구이양 노선 전세기가 주 2회 운항한다.
구이저우=최치현 여행작가 cosino@hanmail.net
“맑은 날이 사흘을 못가고, 40리 안에 평지가 없다”는 구이저우는 남성적인 땅이다. 우락부락한 근육처럼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고, 우렁우렁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는 천지를 울린다. 구이저우는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휴가 때마다 찾을 만큼 풍광이 뛰어나다.
구이저우의 자연을 느끼려면 성도인 구이양(貴陽) 서남쪽에 있는 안순(安順)으로 가야 한다. 구이저우의 대표적인 자연경관이 대부분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중 신비의 수중동굴인 롱궁(龍宮)은 말 그대로 용의 궁전처럼 길고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마치 자연이 스스로 만든 테마파크 같다. 롱궁은 길이 15㎞, 면적 60㎢의 거대한 동굴이지만 관광객이 볼 수 있는 곳은 겨우 5㎞에 불과하다. 배를 타고 어두운 동굴을 헤치고 가다 보면 지하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가 된 것 같다.
롱궁에서 15㎞ 정도 떨어진 곳에 황궈수(黃果樹)폭포가 있다. 나이아가라, 빅토리아, 이과수 폭포와 함께 세계 4대 폭포의 하나로 꼽히는 황궈수는 그 높이가 74m, 폭이 81m나 된다. 폭포에 이르려면 먼저 작은 분재원을 거쳐야 한다. 수백 가지의 다양한 분재도 볼 만하지만 분재원 산책길부터 들리는 물소리가 사람들의 심장을 움켜잡는다. 폭포는 폭포와 만나 서로 몸을 섞었다. 폭포 중앙에 있는 거대한 폭포는 마치 주변의 폭포를 호령하는 것처럼 당당하게 흘러내린다.
대폭포를 중심으로 해서 폭포가 모두 18개. 크기도 제각각이고 흘러내리는 방향도 다르다. 전후좌우, 상하 등 모두 6곳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폭포이다 보니 관광객들도 제각각 분산돼 폭포를 감상한다. 폭포 지역이 워낙 거대해 날씨가 좋은 날이면 폭포 인근에 무지개가 걸릴 정도다. 폭포 아래 석상으로 서 있는 명말의 여행가 서하객(徐霞客)은 황궈수 폭포에 대해 “진주를 두드리고 옥을 깨뜨리듯이 물방울이 마구 튀는 데 물안개들이 하늘로 솟아나기에 굉장한 장관”이라고 묘사했다. 지구의 아름다운 흉터 ‘마링허 협곡’
폭포 근처에는 카르스트 암석으로 돼 있는 톈싱차오(天星橋) 풍경구가 펼쳐진다. 다양한 모양의 종유석은 그 자체로도 대단한 볼거리다. 종유석의 크기는 우리가 동굴에서 보았던 정도가 아니다. 높이 50m를 넘고 직경은 150m나 된다. 작은 동산만한 종유석은 반질반질하면서도 기묘한 형태를 띠고 있다.
구이저우성 서남쪽에 있는 마링허(馬嶺河) 협곡도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지구의 가장 아름다운 흉터’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마링허 협곡은 크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우주에서도 보일 정도라고 한다. 길이 75㎞에 너비가 최소 50m에서 150m나 된다.
마링허 협곡에는 그야말로 억겁의 세월이 농축돼 있다. 석회가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낸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동굴과 협곡을 보노라면 구이저우성이 내세우는 ‘다채구이저우(多彩貴州)’가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호사가들은 구이저우는 5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푸른 숲의 초록, 까만 가옥의 검정, 폭포의 흰색에다 파란색과 빨간색은 소수 민족을 말한다.
핍박과 수난의 역사 먀오족의 슬픈 사연
소수민족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구이저우 여행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없다. 구이저우에는 먀오(苗), 부이(布依), 수이(水) 등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17개 소수 민족이 있다. 구이저우에 ‘5리마다 습관이 다르고 10리마다 풍습이 다르다’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소수민족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민족은 먀오족(200만명)으로 중국전쟁의 신인 치우를 선조로 삼고 있다. 먀오족은 오랜 세월 고난과 박해를 견디며 살았다. 치우가 황제와의 전투에서 패한 후 후난성 산간으로 쫓겨갔고, 당송시대에는 핍박을 피해 다시 구이저우 남동쪽 산중으로 숨었다. 청나라 강희제 시절 먀오족이 무려 40만명이나 죽임을 당하자 반란을 일으켜 무려 17년간이나 저항했던 민족이다.
구이저우에서 마오쩌둥이 대장정을 시작한 것은 어찌보면 우연한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 소수민족의 삶을 찬찬히 둘러보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구이양 시내 중심에 있는 대극장에서 민속가무인 ‘다채구이저우풍(多彩貴州風)’ 공연을 놓치지 말자. 구이저우의 자랑인 자연과 산천,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 국주(國酒)인 마오타이를 만드는 과정을 표현한 화려한 공연이 무대를 수놓았다.
해외 공연에서도 연일 매진 사례가 빈번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묘족 가수가 부르는 ‘귀주연가’다.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하는 산골 신랑의 두근거림을 표현한 노래가 무대를 가득 메우면 중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조차 감동을 받는다. 공연이 끝날 즈음 구이저우의 밤은 깊어가고 협곡 위로 휘영청 달이 떠올랐다.
여행정보
구이저우로 가는 직항은 현재 없다. 인천에서 상하이 푸둥공항까지 간 후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구이양 공항으로 가야 한다. 비행 시간과 갈아타는 시간까지 합치면 대략 6시간 정도 걸린다. 구이저우 기후는 아열대에 속하고 겨울에 따뜻하며 여름에는 서늘하다. 구이저우에 대해 정보를 얻고 싶으면 인터넷 홈페이지 구이저우여유망(gz12301.com)을 통하면 된다. 하나투어는 베이징, 충칭, 광저우, 쿤밍 등을 경유하는 구이저우성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9월부터 아시아나항공의 인천~구이양 노선 전세기가 주 2회 운항한다.
구이저우=최치현 여행작가 cosin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