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과 용산미군기지 사이의 노른자 땅인 용산4구역 재개발사업이 기존 조합의 비리와 조합원 간 갈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용산4구역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여러 가지 비리가 적발돼 용산구청에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7월 용산4구역 조합원 수십명이 “조합자금이 불법적으로 사용됐다”며 서울시에 현 집행부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조사로 △해외 출장비·용역비 유용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은 주차장 임대계약 체결 △불투명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사 선정 등의 비리의혹을 찾아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내용에 대해선 수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용산4구역 사업은 2009년 철거 과정에서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중단된 뒤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난 2월에는 조합 설립 이후 10년간 사업을 추진하던 조합집행부 임원의 연임안이 총회에서 부결됐다. 뚜렷한 사업 성과 없이 조합자금을 탕진했다는 비난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최근에는 후임 조합집행부 선출을 놓고 현 집행부와 반대 세력 간 힘 대결이 한창이다. 현 집행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조합원 모임인 용산4구역 내재산지키기모임(내재산모임)은 오는 5일 조합원 총회에서 현 집행부 해임안 통과를 시도할 예정이다.

내부 갈등이 길어지며 사업 회생을 위한 논의는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공사 재선정에 실패한 뒤 용적률 상향, 주거 비율 증가, 평형 축소 등 사업 활성화 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협의했지만 집행부와 내재산모임의 갈등이 커지며 협의가 중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4구역 사업 재개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을 조합 측 인사가 없다”며 “조합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논의를 진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