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사회주의 통신시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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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애플이 경쟁사 스마트폰까지 새 아이폰으로 바꿔주는 보상판매를 시작했다.’ ‘스프린트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 시 2년간 갤럭시S6를 무료로 사용하는 상품을 내놨다.’ 밖에서 들리는 뉴스들이다. 이것이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으로 보면 미국은 불법 소지가 있는 마케팅이 판치는 나라다.
마케팅이 惡이라는 정부
정부의 보조금 제한으로 단말기값이 비싸지자 자연스럽게 등장한 마케팅이 단말기 할부 프로그램이다. 일정 조건이 되면 기존 단말기를 반납하고 새 단말기로 업그레이드하는 프로그램(중고폰 후보상제), 일정 기간 후 반납을 전제로 단말기 중고가격을 미리 보상받는 프로그램(중고폰 선보상제) 등은 그 진화된 형태다.
그러나 이런 교과서적 마케팅조차 단통법에서는 문제가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3사가 시행하던 중고폰 선보상제에 대해 단통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통신3사는 일제히 마케팅을 중단했다. 이리되면 중고폰 후보상제 역시 논란이 불가피하다. 눈치 빠른 일부 통신사는 이것마저 즉각 거둬들였다.
그 흔한 포인트제도 단통법 앞에서는 불법이기 십상이다. ‘가족끼리 모이면 최신폰 할인받는 포인트, 가족이 힘이다’라는 광고가 사라졌다. 여기에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페이백’ 피해사건이 터지면서 그 불똥이 판매장려금(리베이트)으로까지 튈 조짐이다. 지금 한국은 일체의 마케팅이 악이요, 불법인 국가로 치닫고 있다. 그 어떤 마케팅도 이용자 차별금지라는 평등주의 앞에서는 피해 나갈 재간이 없는 까닭이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다. 방통위도 미래창조과학부도 단통법 효과를 홍보하는 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누가 봐도 한 가지 확실한 효과는 있었다. 정부가 시장 과열의 잣대로 삼아왔던 번호이동성이 반 토막이 났다. 경쟁이 그만큼 죽었다는 증거다.
그러나 정부는 여기엔 눈을 감은 채 극구 통신요금 인하효과 주장만 한다. 그게 사실이면 소비자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요금인하를 압박하던 시민단체조차 소비자 부담만 증가했다며 “정부는 단통법 실패를 인정하라”고 다그치는 판국이다.
단통법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정부가 추가적 규제책을 퍼붓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방통위가 내놓은 단통법 전담부서 신설, 최대 1000만원 폰파라치, 긴급중지명령, 단독조사 실시 등이 그렇다. 무슨 철권통치를 방불케 한다. 규제가 규제를 낳는 자기증식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급기야 제2단통법까지…
방통위는 내친김에 스마트폰, 인터넷, 인터넷TV(IPTV) 등의 결합상품 할인까지 규제할 태세다. 제2단통법 탄생이 임박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운운하던 방통위가 완전히 거꾸로 가기로 작정한 것 아닌가.
미래부도 딱하다.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 등 혁신의 촉진과 확산을 장려해야 마땅한 창조경제 주무부처가 오히려 방통위와 함께 가격규제, 마케팅 규제를 부르짖고 있다. 이런 자가당착이 어딨나. 이대로 가면 미래부는 단통법으로 시작해 단통법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장사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정부가 시장과의 무모한 전쟁을 언제까지 하려는지 모르겠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마케팅이 惡이라는 정부
정부의 보조금 제한으로 단말기값이 비싸지자 자연스럽게 등장한 마케팅이 단말기 할부 프로그램이다. 일정 조건이 되면 기존 단말기를 반납하고 새 단말기로 업그레이드하는 프로그램(중고폰 후보상제), 일정 기간 후 반납을 전제로 단말기 중고가격을 미리 보상받는 프로그램(중고폰 선보상제) 등은 그 진화된 형태다.
그러나 이런 교과서적 마케팅조차 단통법에서는 문제가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3사가 시행하던 중고폰 선보상제에 대해 단통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통신3사는 일제히 마케팅을 중단했다. 이리되면 중고폰 후보상제 역시 논란이 불가피하다. 눈치 빠른 일부 통신사는 이것마저 즉각 거둬들였다.
그 흔한 포인트제도 단통법 앞에서는 불법이기 십상이다. ‘가족끼리 모이면 최신폰 할인받는 포인트, 가족이 힘이다’라는 광고가 사라졌다. 여기에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페이백’ 피해사건이 터지면서 그 불똥이 판매장려금(리베이트)으로까지 튈 조짐이다. 지금 한국은 일체의 마케팅이 악이요, 불법인 국가로 치닫고 있다. 그 어떤 마케팅도 이용자 차별금지라는 평등주의 앞에서는 피해 나갈 재간이 없는 까닭이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다. 방통위도 미래창조과학부도 단통법 효과를 홍보하는 데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누가 봐도 한 가지 확실한 효과는 있었다. 정부가 시장 과열의 잣대로 삼아왔던 번호이동성이 반 토막이 났다. 경쟁이 그만큼 죽었다는 증거다.
그러나 정부는 여기엔 눈을 감은 채 극구 통신요금 인하효과 주장만 한다. 그게 사실이면 소비자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요금인하를 압박하던 시민단체조차 소비자 부담만 증가했다며 “정부는 단통법 실패를 인정하라”고 다그치는 판국이다.
단통법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정부가 추가적 규제책을 퍼붓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방통위가 내놓은 단통법 전담부서 신설, 최대 1000만원 폰파라치, 긴급중지명령, 단독조사 실시 등이 그렇다. 무슨 철권통치를 방불케 한다. 규제가 규제를 낳는 자기증식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급기야 제2단통법까지…
방통위는 내친김에 스마트폰, 인터넷, 인터넷TV(IPTV) 등의 결합상품 할인까지 규제할 태세다. 제2단통법 탄생이 임박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운운하던 방통위가 완전히 거꾸로 가기로 작정한 것 아닌가.
미래부도 딱하다.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 등 혁신의 촉진과 확산을 장려해야 마땅한 창조경제 주무부처가 오히려 방통위와 함께 가격규제, 마케팅 규제를 부르짖고 있다. 이런 자가당착이 어딨나. 이대로 가면 미래부는 단통법으로 시작해 단통법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장사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규제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정부가 시장과의 무모한 전쟁을 언제까지 하려는지 모르겠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