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증세 위한 담뱃값 인상, 조선이 원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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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바고 문화사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480쪽 / 3만원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480쪽 / 3만원
정조는 애연가였다. 그는 “온갖 식물 가운데 이롭게 쓰이고 사람에게 유익한 물건으로 남령초(南靈草)보다 나은 것이 없다”며 만백성이 남령초를 피우는 날을 꿈꿨다. 남령초가 바로 담배다.
《담바고 문화사》는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담배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의미까지 논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담배는 낭만적 기호품이었다. 민노행이란 19세기 저명한 학자는 담배를 ‘담우(談友)’, 즉 담소의 벗이라고 했다. 19세기 문신이자 골초였던 이시원은 ‘남초가(南草歌)’에서 ‘하느님이 담배를 빗물처럼 뿌려주어 높고 낮고 질고 마른 곳 가리지 말지어다’라며 담배가 빗물처럼 내리는 세상을 꿈꿨다.
이 낭만적 기호품을 끊기가 어렵기는 지금이나 300년 전이나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엄경수는 1706년에 쓴 ‘남령초 그만 피우기로 약속하는 글’에서 “큰 역량을 가진 자가 아니라면 끝내 금연할 능력이 없다. 심하다! 인간의 집념이 없기가 이렇다니!”라고 한탄했다.
담배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부터지만 논의는 이보다 앞서 시작됐다. 18세기의 구완, 유수원 같은 학자들은 담배에 무거운 세금을 물림으로써 금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수원은 담배 전매제를 처음 거론한 인물이었다. ‘금연’이 사회적 의미를 갖기도 했다. 구한말 국권을 되찾기 위한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금연운동이 시작된 것. 1907년에는 단연(斷煙)으로 성금을 모아 국채를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이 펼쳐졌다.
두꺼운 책이지만 정약용과 조희룡, 황현과 장유 등 담배를 사랑했던 역사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저자의 말대로 담배는 조선 후반 300년 역사를 비쳐주는 ‘거울’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담바고 문화사》는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담배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의미까지 논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담배는 낭만적 기호품이었다. 민노행이란 19세기 저명한 학자는 담배를 ‘담우(談友)’, 즉 담소의 벗이라고 했다. 19세기 문신이자 골초였던 이시원은 ‘남초가(南草歌)’에서 ‘하느님이 담배를 빗물처럼 뿌려주어 높고 낮고 질고 마른 곳 가리지 말지어다’라며 담배가 빗물처럼 내리는 세상을 꿈꿨다.
이 낭만적 기호품을 끊기가 어렵기는 지금이나 300년 전이나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엄경수는 1706년에 쓴 ‘남령초 그만 피우기로 약속하는 글’에서 “큰 역량을 가진 자가 아니라면 끝내 금연할 능력이 없다. 심하다! 인간의 집념이 없기가 이렇다니!”라고 한탄했다.
담배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부터지만 논의는 이보다 앞서 시작됐다. 18세기의 구완, 유수원 같은 학자들은 담배에 무거운 세금을 물림으로써 금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수원은 담배 전매제를 처음 거론한 인물이었다. ‘금연’이 사회적 의미를 갖기도 했다. 구한말 국권을 되찾기 위한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금연운동이 시작된 것. 1907년에는 단연(斷煙)으로 성금을 모아 국채를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이 펼쳐졌다.
두꺼운 책이지만 정약용과 조희룡, 황현과 장유 등 담배를 사랑했던 역사 인물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저자의 말대로 담배는 조선 후반 300년 역사를 비쳐주는 ‘거울’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