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달러는 왜 점점 힘이 세질까
한 국가의 통화가치는 그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한다. 재정수지나 경상수지 적자가 심하면 통화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1980년대 중남미와 1990년대 아시아처럼 대규모 재정수지 혹은 경상수지 적자는 화폐가치 폭락과 함께 국가 부도 위기를 몰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런 경제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나라가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적자폭이 가장 큰 국가다. 부채 규모도 최대다. 그런데도 달러 가치는 폭락하기는커녕 최근 들어 다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

《달러의 역설》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달러의 힘에서 찾는다. 저자는 세계 경제가 달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현실을 꼬집는다. 세계는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의 과도한 특권에 문제가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국제 금융 거래가 달러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달러를 떠받쳐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를 대체할 화폐는 없을까. 유로존은 국가 간 재정 불균형을 해소할 장치가 없는 통화동맹 자체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위안화는 유동성 부족과 제한적인 금융 시스템이란 걸림돌을 해소해야 한다.

저자는 금융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브레턴우즈 체제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브레턴우즈 체제란 2차 세계대전 이후 출범한 국제 통화 질서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한다. 저자는 “투기 자본의 이동이라도 막는다면 세계 경제가 항시적인 금융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