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듀오 스웨덴세탁소 "사람 마음 쥐락펴락 하는 뮤지션 되고 싶어요"
‘섹시’ 일변도인 붕어빵 여성 아이돌 그룹이 범람하는 가운데 최근 눈길을 끄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그룹이 있다. 데뷔 4년차를 맞는 ‘스웨덴세탁소’다. 26세 동갑내기 왕세윤씨(기타·코러스, 사진 오른쪽)와 최인영씨(보컬·건반)는 공통점이 많다. 같은 학교 동기(계명대 뮤직프로덕션학과 08학번)에 둘 다 어려서부터 악기를 연주했고, 작사·작곡 등 음악 전 과정을 다룰 줄 아는 수재적 기질이 있다.

IQ 158로 ‘멘사(IQ 상위 2% 모임)’ 회원인 세윤씨는 6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중학교 때부터 일렉트릭 기타를 치며 밴드 활동을 했다. 어렸을 때 피아노 치러 갈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한다. 인영씨 역시 4세부터 피아노를 쳤고 초등학교 때부터 스스로 작곡을 하는 등 일찍이 음악에 자질을 보였다. 그러나 둘 다 ‘업(業)’이 아닌 취미로 음악을 하길 바랐던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세윤씨는 고교 때 가출을 하고, 인영씨는 단식투쟁을 했다. 긴 갈등 끝에 결국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계명대로 진학했다. 다행히 진학한 과가 누리사업(지방대 역량강화사업)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최신 시설을 사용하며 남부럽지 않게 음악을 공부할 수 있었다.

이 그룹은 내달 초 새 앨범을 내는 가수 MC몽이 지난해 말 낸 6집 앨범 수록곡 ‘죽을만큼 아파서 Part 2.’ 피처링에 참여하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MC몽이 병역기피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해 말 복귀한 터라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오해도 받았지만, 특이한 음색으로 음악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룹명은 아이같은 발상에서 비롯됐다. “그냥 스웨덴 하면 왠지 깨끗할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거기에서 세탁소를 하면 별로 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농담을 주고받다가…이름이 예쁘기도 해서 그렇게 지었어요.(왕세윤)” 그룹은 ‘상처 난 사람들 마음을 어루만져줄 음악’을 선사하는 걸 모토로 하고 있다.

대학 시절 의기투합한 둘은 23세 때 상경해 오디션 문을 두드렸고 쇼파르뮤직(대표 신태권)과 인연이 닿았다. SM엔터에 한 때 몸담았던 신 대표는 둘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봤다. 그룹은 지난 2012년 6월 첫 싱글앨범, 2013년 10월 정규앨범을 낸 후 각지에서 합동 또는 단독공연을 이어왔다. 잔잔한 선율의 음악은 입소문을 타고 팬들이 조금씩 늘어갔다. 그룹은 지난달 처음으로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대표곡 ‘목소리’ ‘답답한 새벽’을 들려줬다. 인디밴드를 넘어 더 음악을 알릴 기회를 잡은 것이다.

선정적으로 흐르는 여성 아이돌 그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소녀감성’ 대답이 나왔다. “춤 추시는 분들 멋있잖아요. 팬이에요. 그 분들도 연습 많이 하시고…저희는 못하는 거라서요.” 싱어송라이터로서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실연·저작권 수익 등으로 최근에서야 함께 살고 있는 집 월세값을 당당히 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룹의 목표는 소박하면서도 야무지다. “그냥 지금처럼 음악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해요. 잠이 안 올 때나 외로울 때, 어떤 순간에는 바로 떠올려지는 그런 그룹이 되고 싶어요. (가수)이소라 선배님처럼 사람 마음을 쥐었다 폈다 하는 뮤지션이 되는 게 꿈입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