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B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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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직장인들에게 경쟁은 숙명이다. 경쟁은 기업과 개인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지만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무기력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는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 경쟁력까지 위협한다. 열정이 사라진 ‘미생(未生)’들을 위해 어떤 처방전이 필요할까.

티모스 실종 사건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인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가 그동안 상담했던 많은 직장인의 고민을 바탕으로 쓴 현대판 심리 우화다.

광고회사에서 촉망받는 기획자로 일하던 나상준 팀장은 남부러울 것 없이 지내다 한 번의 실수로 좌천당한다. 사내 정치 때문에 추락한 것이라 생각한 나 팀장은 재기를 위해 발버둥치지만 팀원들은 그의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밤잠을 설치는 나 팀장은 회사 건물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다. 유인정 원장은 그를 보자마자 ‘티모스 위축증’이란 생소한 진단을 내린다.

[책마을] 열정 잃은 직장인이여 '티모스'에 불 지펴라
“티.모.스. 철자는 ‘thymos’. 한마디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말하지. 인간이라면 누구한테나 있어. 근데 그 욕구가 너무 없으면 그것도 문제, 과하면 그것도 문제지. 당신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무슨 일 때문인지 몰라도 팍 고꾸라졌군. 인정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 좌절한 거지. 당신의 병명은 한마디로 이거야. 티모스 위축증!” (14쪽)

사람의 가슴 한복판에는 가슴샘(흉선)이라고 불리는 작은 면역기관이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전투 중에 타오르는 용기와 기백을 티모스라고 불렀다. 이후 가슴샘을 발견한 사람들은 외부의 공격에 맞서 건강을 지키는 것을 용기와 기백이라고 생각해 가슴샘에 티모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 원장은 상담받는 사람의 기분은 생각하지 않고 나 팀장의 가슴에 꽂히는 말을 던진다. 의사 같지 않은 외모에 독설을 던지는 유 원장이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나 팀장은 속는 셈 치고 조언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티모스가 활발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여기에 체력을 키우고 마라톤과 같은 체험을 통해 자신의 열정에 불을 피우라는 것. 조금씩 변하는 나 팀장을 본 유 원장은 개인뿐만 아니라 팀의 티모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일부러라도 팀원들에게 좋은 말을 하라고 조언한다. 다소 과장된 칭찬이라도 사람은 칭찬받은 대로 발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단순한 진리지만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팀의 티모스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나 팀장은 유 원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마라톤 하프 코스에 도전하고, 매일 다그치기만 했던 팀원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천천히 살핀다. 마음을 열고 진실하게 다가서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은 없다. 팀장 자신을 비롯한 팀원 모두가 서서히 변해간다.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했던 나 팀장은 좌절을 겪고 나서야 자신과 주변을 둘러본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깨닫는다. 주변 사람들의 장점이 무엇인지 점차 알아간다. 패배자들이 모였다고 생각했던 나상준 팀은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결국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해낸다.

저자는 “나의 실존과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은 인간의 마땅한 권리”라며 “티모스를 통해 의욕을 끌어올리고 열정을 꽃피우는 것, 역량을 키우고 도전하는 것이 미생에서 완생이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