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보다 잘 나간다…중고車 전성시대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건수는 총 346만건이었다. 신차 판매량(167만대)의 두 배를 넘었다. 2009년만 해도 중고차 거래 대수(196만대)와 신차 판매(148만대)가 엇비슷했다. 그러나 5년 동안 중고차 거래는 76.5% 증가한 데 반해 신차 판매는 12.8% 늘어나면서 격차가 커졌다.

중고차 거래 증가 추세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개인과 개인이 사고파는 당사자 매매는 2009년 88만대에서 지난해 125만대로 42% 늘어났지만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거래하는 업자 매매는 같은 기간 107만대에서 214만대로 두 배로 늘었다는 점이다. 전문가를 통한 중고차 시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얘기다.

커지는 중고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최근 중고차 시장에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경기 분당(화요일), 시화(목), 경남 양산(금) 등 세 곳에서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 중인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1월 매입 전문 브랜드 ‘오토벨’(사진)을 출범시켰다. 자동차를 의미하는 오토와 전화 한 통화로 내 차를 팔 수 있다는 뜻의 벨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중고차 경매용 차량을 다수 공급하던 KT렌탈과 AJ렌터카 등 1·2위 렌터카 업체들이 각자 경매장을 운영하면서 물량이 줄어들자 본격적으로 개인 차량 매입에 나선 것이다. 이전에도 개인 차량을 매입해 경매에 출품했지만 오토벨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서비스 질을 끌어올렸다.

현대글로비스 오토벨은 중고차를 판매하려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오토벨 전용 콜센터(1600-0080) 또는 홈페이지(www.autobell.co.kr)를 통해 상담을 신청하면 전문 상담원이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찾아가 판매 견적을 뽑아주는 방식이다. 차량 평가 비용은 무료다. 유종수 현대글로비스 중고차사업실 이사는 “오토벨을 통해 들어온 차량을 안정적인 경매 출품 물량으로 공급하며 중고차 유통 사업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AJ렌터카는 중고차 매입 전문 자회사 AJ셀카(www.ajsellcar.co.kr)를 2013년 7월 설립하고 중고차 매입 사업에 뛰어들었다. 매입 규모는 2013년 1700여대, 지난해 9000여대다. AJ셀카도 전문 상담원이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차량 검사와 견적 상담을 진행한다. 고객이 원하면 태블릿PC를 활용해 즉석에서 매입 계약과 송금까지 진행한다. AJ셀카의 강점은 ‘중고차 프라이싱 시스템’이라는 자체 가격 산출 모델이다.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경매와 공매, 소매 및 수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량 매입 가격을 산출한다. 특히 이 회사는 국내외 회원 중고차 매매상들이 실시간으로 매물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활용하고 있다.

신차보다 잘 나간다…중고車 전성시대
AJ셀카 차량매니저가 고객 차량 정보를 입력하면 회원사들이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매에 들어간다. 회원사가 제시한 가격 중 가장 높은 금액을 기반으로 견적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매매 희망자는 좀 더 좋은 가격을 제시받을 수 있다.

KT렌탈은 중고차를 활용한 장기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하는 R2B센터를 통해 중고차 판매 가격 보상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R2B센터는 차량 판매를 의뢰한 차주에게 적정 가격을 제시한 다음 KT렌탈 중고차 경매장인 오토옥션을 통해 처분한다. 경매에서 유찰되더라도 처음 R2B센터로부터 안내받은 가격을 보장해준다.

SK엔카는 지난해 12월 중고차 매입 브랜드 ‘유레카’를 출범시켰다. 중고차 소매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다른 업체들은 구입한 차량을 경매나 공매를 통해 중고차 매매상에만 처분할 수 있지만 SK엔카는 2013년 이전부터 소매업을 해왔기 때문에 개인에게 팔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시세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수입차업계에서는 매입 후 점검·수리를 거쳐 인증, 판매하는 중고차 인증 판매가 확산되고 있다. BMW는 공식 딜러들을 통해 5년·10만㎞ 이하 차량을 매입한 다음 72가지 검사와 수리를 거친 뒤 판매하는 ‘프리미엄 셀렉션’ 서비스를 국내 수입차업계에서 가장 빠른 2005년에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2013년 대비 45% 성장한 3820대의 판매 성과를 올렸다. BMW는 전국에 10개의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 2개의 전시장을 추가해 12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1년부터 주행기간 4년 또는 주행거리 10만㎞ 이내의 무사고 벤츠 중고차를 178가지 정밀 점검을 거쳐 인증해 판매하는 스타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벤츠 차량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 차량도 매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