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미국 진출 중기 CEO의 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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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미국에서 공장을 돌리는 게 훨씬 낫죠.”
2003년 미국 뉴저지주의 한 중소도시에 바이오 회사를 차린 A사장이 한 얘기다. 그는 어렵게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거래처를 뚫었고 현지에서 기반을 잡았다. 창업 10년 만인 2013년 아시아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한국에 공장을 설립했다. 요즘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그는 “미국이 한국보다 제조원가가 낮다”며 “이해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A사장에 따르면 뉴저지 공장에서 일하는 멕시코 출신 직원의 월급은 1500달러다. 한국 공장의 생산직 월급 150만원과 비슷하다. 뉴저지주의 최저임금인 시간당 8.25달러보다 조금 높은 9달러를 주고 있다. 대신 교통비, 식사 제공 등 추가 비용이 없다. 이곳 직원 한 명이 만드는 제품은 하루 1만7000개. 한국에선 2명이 한 조로 2만개를 만든다. 뉴저지 공장이 비용 대비 생산량 면에서 70%가량 앞선다.
그는 미국 공장에서는 반자동화 설비가 갖춰진 생산라인의 단순 조립과 포장 공정을 사람이 맡는데 작업시간에 잡담을 하지 않고, 휴식 시간도 1분을 어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 공장은 8시간 3교대로 24시간 가동된다. 미국은 시급 9달러면 괜찮은 직장이어서 일하겠다는 노동자가 줄을 섰다고 했다. 계약직 근로자의 고용기간 제한이나 정규직 전환 등의 이슈도 없다고 했다.
미국은 대신 세율이 높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 본사의 실효세율이 35%, 한국이 15% 정도니까 차이가 크긴 하다. 대신 한국은 각종 진흥기금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기부금, 사회단체의 협찬 요청 같은 준조세가 많아 체감세율은 20%가 훨씬 넘는다”고 답했다. A사장은 또 한국 공장을 지을 당시 1년 남짓한 기간에 담당 공무원이 세 번이나 바뀌었고, 그때마다 허가 기준이 다 달랐다고 했다. 투자금 지원은 지자체 심의에 걸리고, 세금을 면제해주겠다던 약속은 복잡한 조례에 잡혀서 진척이 안 됐다고 했다.
그와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혹시 기사 쓰시더라도 제 이름이나 회사는 안 됩니다. 물정 모르고 한국으로 들어가려는 기업들에 참고하라고 알려주는 얘깁니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
2003년 미국 뉴저지주의 한 중소도시에 바이오 회사를 차린 A사장이 한 얘기다. 그는 어렵게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거래처를 뚫었고 현지에서 기반을 잡았다. 창업 10년 만인 2013년 아시아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한국에 공장을 설립했다. 요즘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그는 “미국이 한국보다 제조원가가 낮다”며 “이해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A사장에 따르면 뉴저지 공장에서 일하는 멕시코 출신 직원의 월급은 1500달러다. 한국 공장의 생산직 월급 150만원과 비슷하다. 뉴저지주의 최저임금인 시간당 8.25달러보다 조금 높은 9달러를 주고 있다. 대신 교통비, 식사 제공 등 추가 비용이 없다. 이곳 직원 한 명이 만드는 제품은 하루 1만7000개. 한국에선 2명이 한 조로 2만개를 만든다. 뉴저지 공장이 비용 대비 생산량 면에서 70%가량 앞선다.
그는 미국 공장에서는 반자동화 설비가 갖춰진 생산라인의 단순 조립과 포장 공정을 사람이 맡는데 작업시간에 잡담을 하지 않고, 휴식 시간도 1분을 어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 공장은 8시간 3교대로 24시간 가동된다. 미국은 시급 9달러면 괜찮은 직장이어서 일하겠다는 노동자가 줄을 섰다고 했다. 계약직 근로자의 고용기간 제한이나 정규직 전환 등의 이슈도 없다고 했다.
미국은 대신 세율이 높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미국 본사의 실효세율이 35%, 한국이 15% 정도니까 차이가 크긴 하다. 대신 한국은 각종 진흥기금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기부금, 사회단체의 협찬 요청 같은 준조세가 많아 체감세율은 20%가 훨씬 넘는다”고 답했다. A사장은 또 한국 공장을 지을 당시 1년 남짓한 기간에 담당 공무원이 세 번이나 바뀌었고, 그때마다 허가 기준이 다 달랐다고 했다. 투자금 지원은 지자체 심의에 걸리고, 세금을 면제해주겠다던 약속은 복잡한 조례에 잡혀서 진척이 안 됐다고 했다.
그와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혹시 기사 쓰시더라도 제 이름이나 회사는 안 됩니다. 물정 모르고 한국으로 들어가려는 기업들에 참고하라고 알려주는 얘깁니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