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차기 신한은행장이 24일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내정을 통보받은 뒤 은행을 나서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조용병 차기 신한은행장이 24일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내정을 통보받은 뒤 은행을 나서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신한금융그룹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가 차기 신한은행장을 선임하면서 고려한 것은 두 가지다. 과거 신한사태의 후유증을 해소할 수 있는 화합형에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은행업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적임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조용병 신한은행장 내정자(사진)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이 두 가지 자질 검증을 1순위로 통과했다. 자경위로부터 “소신과 전략을 모두 갖고 있는 ‘용장’과 ‘지장’의 면모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한사태 때 소신으로 ‘중립’

조 내정자는 신한금융그룹 내 최고경영진끼리 정면충돌한 초유의 파동이었던 이른바 ‘신한사태’ 당시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당시 모두가 편 가르기에 나서며 어느 편이 이길지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인사담당 부행장을 지낸 조 내정자는 거의 유일하게 중립을 지켰다”며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소신을 잃지 않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고 평했다.

때문에 신한사태의 후유증을 해소할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인사업무를 하며 능통한 조직관리력을 발휘한 점도 점수를 딴 요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조 내정자는 인사 잡음을 해소하고 신한사태의 앙금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다양한 업무를 맡아 능력을 검증받은 점도 선임의 배경이 됐다. 특히 영업에 강한 신한의 전통을 잘 잇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 성남시 미금동 지점장과 서울 강남대기업금융센터장 시절 실적 1위를 기록하며 ‘금상’을 수상했다. 2013년 1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에 부임해 회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킨 점도 영업 내공 덕분이다.

신한은행 미국 뉴욕지점 지점장을 지내는 등 글로벌 경험과 감각을 보유한 점도 미래를 열어갈 적임자로 선택된 배경이다.

◆마라톤 마니아에 두주불사형

직원들 사이에서 조 내정자는 ‘최고의 상사’로 꼽힌다. 한 직원은 “격의없이 소통하는 성격이라 부하직원들의 업무 아이디어를 잘 받아들여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추진한다”고 말했다.

두주불사형이기도 하다. 부하직원들과 스킨십할 때는 큰 대접에 소주와 맥주를 탄 ‘폭탄 사발주’를 돌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지막 순서의 사람이 남은 술을 다 마셔야 하는 룰을 정해 의리(?)를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신한BNP파리바 관계자는 “술을 잘 먹으면서도 합리적으로 소통하는 스타일이라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고 전했다.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마라톤 마니아로 뉴욕지점장 시절 출근할 때마다 뉴저지와 맨해튼을 잇는 다리를 뛰어서 건너기도 했다. 요즘도 서울 당산동 자택에서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할 때 종종 뛰어간다. 신한은행은 25일 이사회를 열어 조 내정자를 은행장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주총은 오는 3월18일 열린다.

◆임기 2년으로 제한

자경위는 조 내정자 임기를 2년으로 정했다. 은행장 임기가 보통 3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와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행장 임기가 회장보다 길어질 경우 회장의 행장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차단된다. 동시에 차기 신한금융 회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조 내정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다른 카드’도 여전히 살아 있음을 의미한다. 행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등이 회장 자리를 놓고 조 내정자와 다시 한 번 다툴 가능성이 높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서진원 행장이다. 한 회장이 서 행장의 건강 회복을 전제로 “큰 일을 맡기겠다”고 거듭 강조하는 걸 보면 그렇다. 서 행장이 건강을 회복하면 2년 후 ‘서진원 회장-조용병 행장(연임)’ 구도가 짜여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물론 조 내정자가 양호한 경영성과를 거둔다는 전제에서다.

박신영 /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