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더 좋은 사회와 금융
‘은행을 방문하는 분들을 대할 때마다 그들의 꿈을 먼저 본다. 꿈이 모인 이곳에서 일할 수 있음에 행복을 느끼고, 꿈을 이뤄 드리기 위해, 그리고 고객을 향한 내 꿈을 위해 출근할 때마다 거울 앞에서 싱긋 웃는 연습을 한다.’ 한 일간지에 소개된 모 은행 신입직원의 고백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은행을 찾는다. 내 집 마련의 꿈으로 적금에 가입하고 유학 간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돈을 보낸다. 20여년 전 권유했던 개인연금이 든든한 노후 목돈이 됐다며 고마워하는 고객의 전화는 은행생활의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었다.

대출을 받아 공장을 짓고 기뻐하던 사장님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컨설팅을 통해서도 기업의 성공을 돕는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희망컨설팅’을 통해 창업기업에는 투자계획을 도와주고 기술력 있는 기업에는 특허관리 전략을 마련해 주고 있다. 매출 증가에도 적자 원인을 몰라 고심하던 중견기업에는 원가산정이 잘못됐음을 밝히고 제품포트폴리오도 재설계해주었다. 탄소배출권 컨설팅을 받고 환경을 규제가 아니라 사업 기회로 인식하게 된 기업도 있다.

이처럼 실물경제에 대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금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우리나라 금융권의 사건 사고는 국민을 실망시키고 금융인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창의적인 성장을 해나가는 데 금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금융시대’의 저자 로버트 실러 교수는 “금융은 인류 문명을 몇 단계 진보시킨 주체이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금융혁신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최근 불고 있는 기술금융이나 핀테크 열풍이 더 좋은 사회를 앞당겨줄 금융혁신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물론 저성장·저금리·저물가에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뉴노멀 시대이다 보니 은행도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그런 금융혁신은 고객을 편리하게 하고 더 나아가 고용 창출과 경제 발전을 돕는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 생각한다.

현장에는 은행의 도움을 기대하는 고객이 많다. 진정 어린 도움에 고마워하는 고객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뉴노멀 시대를 헤쳐 나갈 해답으로 금융을 꼽고 있다. 우리의 변화가 고객을 행복하게 하고 기업을 살찌우는 촉진제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고객의 꿈을 도와 드리고 더 좋은 사회를 앞당기는 혁신의 중심에 우리가 서 있음을 늘 자랑스럽게 여기자.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