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기업 뛰어든 스포츠과학…정부·기업, '통 큰' 투자 나설 때
한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 종합 5위를 달성하면서 스포츠강국으로서 위상을 더욱 굳건히 했다. 인구 5000만명도 안 되는 작은 나라가 스포츠 강대국들을 물리치고 이룬 쾌거였다.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정부의 지원도 중요한 몫을 했겠지만 보이지 않는 일등공신은 스포츠과학이다. 첨단 스포츠과학 기술을 선수들의 훈련에 적극 도입한 것이 좋은 성과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특히 양궁 선수들에게 첨단 스포츠과학은 큰 도움이 됐다. 움직임과 불안심리를 최소화하기 위한 첨단 플랫폼 및 심리극복 기법, 국내 기업 윈앤윈이 개발한 첨단 소재로 만든 양궁활 샤프트 등이 성적으로 직결됐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한 독일 팀은 SAP라는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회사와 제휴해 선수들의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카메라 추적장치를 통해 유효한 데이터를 3만개 이상 추출했다.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선수와 감독에게 스마트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제공해 팀 경기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전술에 활용해 팀 우승을 이끌었다.

이처럼 스포츠와 첨단과학의 접목은 이제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포츠과학은 운동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만이 아니다. 스포츠과학은 이제 생활이 됐다. 나이키는 애플과 제휴해 개인의 운동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나이키플러스’라는 첨단 신발을 개발해 시판하고 있고, 아웃도어에서도 ‘스마트웨어’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핀란드의 폴라일렉트로와 손잡고 ‘프로젝트 퓨전’이라는 통합 트레이닝 시스템을 적용해 제품을 출시했다.

스포츠와 첨단과학의 융합은 국경을 넘어 뜨겁게 경쟁하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스포츠과학을 적용해 첨단 기능성 신제품을 출시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점유율은 미흡한 수준이다. 중소기업이 95%를 차지하는 국내 스포츠산업 구조상 국제적 경쟁력을 갖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는 것과 같이 힘든 일이다. 2012년 기준 내수 37조6880억원의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운동 및 경기용품 제조업의 내수시장 매출 실적은 6조1210억원으로 16.2%에 불과하다.

종합원 10명 미만인 95%의 업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한계는 또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아이디어는 좋아도 자금력이나 해외 마케팅 능력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다. 첨단 스포츠과학이 접목된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관련 특허 조사와 해외 시장에서의 제품 홍보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든 상황이 열악한 현재의 시장구조나 정부의 지원시스템으로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다.

해외 글로벌 스포츠 업체들의 견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개발된 제품의 판매망을 위협하거나 국제소송으로 불필요한 물적·인적 낭비를 유도해 결국 그 시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견제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한다.

스포츠과학 기술이 제대로 인정받고 기업들이 스포츠과학을 바탕으로 첨단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비로소 스포츠 선진화, 스포츠 복지가 이뤄질 수 있다. 인간이 태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 스포츠는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필수요소다. 건강한 사회의 핵심 요소가 바로 스포츠과학인 것이다.

이제는 스포츠과학에 모두가 관심을 가질 때다. 지금까지 스포츠과학은 전문 운동선수들에게만 필요한 영역으로 여겨져왔다. 앞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운동을 안전하게 제공하고 그 데이터를 축적해 즐거움과 건강을 선물할 수 있는 복덩어리이자 원천 에너지가 될 것이다.

이제 정부도 스포츠과학 기술 개발에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 기존의 정보기술(IT) 융합을 넘어서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의 접목이 스포츠과학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지원이 더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장보영 < 한국스포츠과학기술포럼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