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스트레스와 불임의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스트레스는 각종 질병과 불임 등 생식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경계 내에서 어떤 작용을 거쳐 영향을 주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김영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사진)팀은 초파리의 신경전달물질인 ‘Dh44’가 초파리의 수정 과정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Dh44는 인간 등 포유류의 스트레스 조절 호르몬인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인자(CRH)와 아미노산 서열이 비슷하다. 김 교수팀은 초파리의 유전자를 조작해 Dh44를 생성하지 않는 초파리 암컷을 만들었다. 비교 연구를 위해 다른 44가지 신경 물질을 생성하지 않는 초파리도 만들었다. 그리고 암컷 초파리를 수컷과 짝짓기시킨 뒤 정자가 자궁에서 배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쟀다. 암컷 초파리는 여러 마리의 수컷과 짝짓기한 뒤 수정을 위한 정자를 저장해뒀다가 약 2주간 수백개의 알을 낳는다. 정자를 몸 안에 품고 있는 시간이 길수록 임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험 결과 Dh44를 억제한 암컷 초파리는 정자 방출에 걸리는 시간이 10분 미만으로 짧았다. 저장된 정자 수도 적었고 교미 후 낳은 수정란 수도 정상 초파리의 30% 이하로 줄었다.

김 교수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과 비슷한 초파리의 신경전달물질이 생식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