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高배당과 국부유출 논란
“배당은 곧 국부유출이라는 논리가 너무 진부하지 않습니까.”

16일 만난 한 시중은행 임원의 말이다. 금융회사들이 사상 최대 배당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해 의견을 말한 것이다.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배당 성향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매우 낮은 편”이라면서 “올 배당성향(당기 순이익 대비 배당 총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보통주 기준 주당 950원씩 총 4500억원의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보통주 주당 650원씩 총 3700억원을 배당했다. KB금융도 올해 보통주 주당 780원씩 총 3000억원을 배당할 예정이라고 지난 5일 공시했다.

금융사들이 배당을 늘린다고 공시함과 동시에 국부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지주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70%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배당은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우려다. 지난해 한국 상장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13.7%였다. 영국(46.2%), 대만(43.6%), 브라질(38.5%), 중국(29.6%), 미국(29.4%), 일본(26.2%), 인도(21.9%), 러시아(21.1%) 등 주요국보다 한참이나 낮았다. 외국인 투자자로선 같은 조건이라면 배당성향이 높은 국가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이를 간과한 채 외국인들이 국내에 투자를 안 한다느니, 국내 증시만 저평가됐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극히 모순된 행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경제 설명회(IR)에서 “한국 주식이 낮은 배당성향으로 저평가 돼 왔다”며 “정부가 발표한 배당 촉진 대책으로 주식 가치가 오르고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안정적인 배당을 기대한 장기 투자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투자를 기대한다면 이제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배당을 늘려서라도 외국인 투자를 끌어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외국인 투자를 늘리는 것은 맞지만 고(高)배당은 곤란하다’고 주장한다면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