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사업소에 근무하는 A주무관(6급)은 내년 5급(팀장급) 승진 대상자다. A주무관이 최종 승진 명단에 오르기 위해선 ‘역량평가’라는 일종의 면접시험을 거쳐야 한다. 보고서 작성과 프레젠테이션에 자신이 없는 그는 다음달 말에 치러지는 1차 역량평가 시험을 앞두고 사설학원 강사에게 과외를 받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그는 “앞서 승진한 선배들은 강남 노량진 등지의 학원 강사에게 고액 과외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일부 공무원들이 승진을 위해 고액 과외를 받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시가 2012년 이후 역량평가 제도를 수차례 개선한 뒤 과외를 받는 공무원 수는 상당히 줄었지만 여전히 과외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는 2008년 5급 공무원 승진시험에 면접 중심의 역량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전까지는 필기시험으로 치러져 공무원들이 업무를 등한시한 채 시험 준비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시험항목은 ‘서류함’(서면)과 ‘역할수행’(대면)으로 나뉜다. 서류함 시험은 서류함에 담긴 사례에 대해 실제 직무처럼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역할수행은 업무 추진 시 발생하는 이해관계자와의 갈등 등 협의·조정이 필요한 상황을 제시하고, 심사위원과의 역할극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평소 이런 업무환경에 익숙한 본청 직원에 비해 본부·사업소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역량평가를 낯설어한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설 과외도 이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 작성 요령부터 면접 방식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시 관계자는 “그룹 과외를 하는 방식으로 비용은 1인당 적게는 월 1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역량평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시 간부는 “특정 사업소 직원들이 제출한 답안지가 대부분 비슷했다”며 “사설과외를 받았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역량평가 점수가 승진에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것도 사설과외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5급 공무원 시험은 역량평가 30%와 서열 및 근무평정 70%로 승진 대상자 중 절반을 선발한다. 5급 승진을 앞둔 직원의 경우 서열 및 근무평정 점수가 거의 비슷해 총 35점 만점의 역량평가에서 승부가 갈린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2012년 두 차례에 불과하던 역량평가 교육과정 및 시험을 올해 열한 차례로 늘렸다”며 “역량평가 관련 사이버강좌를 개설한 뒤 고액 과외가 크게 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대학교수들과 시 고위 간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답안지만 보면 사설과외를 받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며 “시가 제공하는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른 직원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