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인사비리 근절책을 내놨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로 인사 관련 업무를 직접 관여하도록 한 것이다. 굴지의 대기업 반열에 드는 거대 공기업들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모르겠다. 딱한 노릇이다. 부품공급 같은 쪽에만 검은 먹이사슬이 형성됐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채용과 승진, 재계약과 징계 등 인사 분야에까지 형성된 비리는 언제나 사라질까.

고용시장에서 공기업에 대한 선호도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신의 직장은 옛말이고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란 말로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내부는 악취가 풍겼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드러났듯 납품비리만 해도 최고경영자부터 현장실무자까지 성한 데가 없었다. 인사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감찰 당국의 조사결과다. 예를 들면 2년 전 한 공공기관장은 교수 시절 제자 3명을 규정을 무시하면서 채용했다. 한 공기업은 사장 후보자의 조카라고 필기시험도 면접도 없이 뽑았다. 모 발전회사가 세운 발전설비 운영업체는 부서장 추천과 면접만으로 75명을 입사시켰는데 이 중 25명이 모기업의 퇴직자였다. 외부경쟁이 없는 그들만의 왕국에서 인사업무는 투명성도, 공정성도, 공공성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공룡 같은 덩치로 조 단위의 국가 기간서비스를 독점 수행하는 게 공기업들이다. 올해만 총 1만7187명을 채용할 정도로 고용시장에서 역할도 크다. 그러면서 인사문제 하나 깔끔하게 해결 못 한다. 오죽하면 위원회를 설치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을까 하는 연민이 들 정도다.

이제 위원회를 구성하면 고질적 병폐가 완전히 해소될까. 위원회도 만능일 수 없다. 위원회는 내부인력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없이 큰 칼을 마구 휘두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하다 그릇 깨는 사람만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더욱 인사위원회를 설치하기에 이른 그동안의 경과가 안타까운 것이다. 공기업들은 스스로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것 외엔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