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계속운전 여부 결정이 또 미뤄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그제 열린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 다시 심의키로 했다고 한다. 지난달 15일에 이어 올 들어서만 두 번째 연기다.

설비용량 67만9000㎾인 월성 1호기는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끝남에 따라 가동이 중단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법에 따라 가동중단 3년 전인 2009년 12월 운전기간을 10년 연장하는 계속운전 신청을 했다. 원안위가 이후 심사를 진행해왔지만 신청 7년째, 가동중단 4년째인 지금까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법에 따르면 원안위는 18개월 이내에 심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원안위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사정이 없지야 않았다. 원전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 일본 후쿠시마 사태(2011년 3월)가 있었고 한수원 임직원들의 원전 비리 사건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기도 했다. 그 사이 월성 원전은 원안위의 요구로 법에도 없는 ‘스트레스 테스트’까지 받았다. 5600억원이나 투입해 원전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지진 해일 등 중대사고에도 문제 없는 수준으로 안전설비를 보강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점검까지 통과했고 최근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으로부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심사평가까지 받았다.

이런 준비를 다 마쳤는데도 원안위가 다시 ‘안전’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니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첨예한 사회적 갈등 속에서 내려야할 결정을 원자력 전문가, 환경운동가, 관련 교수들로 구성된 원안위에만 맡길 수는 없다. 원자력은 국가에너지 정책의 근간이다. 지난해 확정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2012년 26.4%인 원전 비중은 2014년 27.8%에 이어 2035년엔 29%로 올려야 한다. 이 계획을 달성하려면 신설, 증설, 계속운전 등 여러 계획이 다 지켜져야 한다. 원안위에서 법정시한을 넘겨가며 갑론을박만 계속하고 있는데 산업부가 모른 척하고 있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유지해온 ‘원전 제로(0)’ 정책을 폐기하고, 올해부터 원전을 다시 가동키로 했다. 일본에 비하면 월성1호기는 30년을 운영해오면서 고장은 있었지만 큰 사고도 한 번 없었다. 당장 월성1호기가 계속운전을 하는 것으로 결정되더라도 7년여밖에 돌리지 못한다. 그런데 이나마 또 결정이 연기된 것이다. 26일 회의에선 차라리 표결을 하라. 계속 미루기만 하는 것은 권한 밖의 오만이다. ‘불임정부’에 ‘불임위원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