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오른쪽부터)과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의장실 입구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화 국회의장(오른쪽부터)과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의장실 입구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당초 12일에서 오는 16일로 연기하기로 합의하면서 강경으로 치닫던 여야 대치는 일단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본회의 일정을 미루는 것만 합의했을 뿐이지 이 후보자의 인준 처리는 결정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여야 간 신경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6일 임명동의안 표결을 진행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반쪽 총리 될라” 후퇴

이완구 인준안 처리 본회의 16일로 연기…與, 단독 표결 부담…野 '충청 눈치보기' 한발씩 양보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 처리 시점을 놓고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대로 12일을, 새정치연합은 ‘설 연휴 이후’를 각각 주장했다. 여야가 제시한 이 같은 표결 시점에는 각 당의 정치 셈법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본회의 단독 표결 추진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의 인준 처리가 설 연휴 이후로 미뤄지면 여론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청와대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한 소폭 개각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리 인준이 늦어지면 후속 인사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12일 단독 표결 계획을 접은 것은 야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하면 이 후보자가 ‘반쪽 총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또 야당의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올스톱될 수도 있다.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총리 인준이 밥상머리 민심이 결정되는 설 연휴 이후로 미뤄지면 국정 난맥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여권으로선 16일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고 17일 후속 개각을 해 설 연휴 이전에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를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론몰이 시간끌기? 후퇴명분 쌓기?

새정치연합이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설 연휴 이후로 미루자던 당초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서 국회의장의 중재안(16일)을 받아들인 것은 여당 측의 단독 처리를 막기 위한 차선의 선택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본회의를 설 연휴 이후 열자는 새정치연합의 제안에 대해) 새누리당이 이러나저러나 불리하긴 마찬가지니 그냥 강행하겠다는 식으로 나왔다”며 “이에 정 의장의 중재로 본회의를 일단 16일로 미루고 국민 여론에 좀 더 귀를 기울여 보자고 서로 합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임명동의안 처리를 마냥 반대하면서 늦추면 이 후보자의 출신 지역인 충청권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최대한 늦춰 여론전을 펴면서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겠다는 전략도 반영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이 현실적으로 이 후보자 임명을 막기 어려운 상황에서 ‘명분 쌓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과반 의석을 점유한 여당을 저지할 만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야당이 무조건 반대만 하기도 쉽지 않다”며 “이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본회의를 한 차례 미루는 등의 ‘액션’을 통해 ‘역부족이었다’는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정호/이호기/조수영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