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12일 오후 4시45분

[마켓인사이트] [단독] 포스코, 사우디와 건설사 합작
포스코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합작 건설회사를 세운다. 국내 건설업체가 외국 정부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에 포스코건설 지분 38%와 신주를 1조5000억원 안팎에 매각하고, 이와 별도로 건설회사를 공동 설립하는 내용의 가계약을 체결했다. BoA메릴린치와 JP모간이 각각 매각주관사와 인수자문사를 맡았으며 추가 협의를 거쳐 다음달 본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분 매각대금의 일부를 합작법인 자본금으로 넣을 방침이다. PIF는 투자와 운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재무부의 직접 통제를 받는 사실상 정부 조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우디 정부는 ‘포스트오일’ 시대에 대비, 기술력을 갖춘 합작 건설사를 확보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관계자는 “합작 건설회사는 침체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된 국내시장 벗어나 중동 인프라사업서 활로

포스코와 작년 9월부터 포스코건설 지분 매입을 위한 협상을 벌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작년 말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포스코건설 지분을 사서 2대 주주가 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아예 함께 회사를 차려 인프라 등에 본격적으로 투자하자는 것이었다. 중장기적으로는 사우디뿐 아니라 중동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인 포스코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지분 매각+합작법인 설립’의 패키지 거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우디 정부가 합작법인 설립을 제안한 것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신도시 및 철도 건설 등 국내 산업기반을 마련해 에너지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대규모 인프라를 건설할 기술력이 필요하고 그 파트너로 포스코를 택했다.

투자 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가 포스코건설의 지분가치를 상당히 후하게 쳐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두바이투자청(ICD)이 최근 법정관리 상태인 쌍용건설을 인수하기로 확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합작회사를 세우는 것은 포스코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졌다. 포스코건설은 국내 5~6위권의 대형 건설사지만 중동에서는 상대적으로 사업 규모가 작은 편이다. 중동 시장은 석유·가스 플랜트시장 위주로 움직이는 데 반해 포스코건설의 주력 사업은 철강 및 플랜트였기 때문이다. 1996년 이집트 특수강 플랜트 시공을 위해 중동에 처음 진출한 포스코건설의 누적 수주 규모는 15억달러 안팎. 정유화학 플랜트 사업 한 건의 수주액이 10억~20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이 사우디 정부와 합작법인을 세운다면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는 저위험·고수익 사업모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이 성사됨에 따라 지난해 3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강력하게 추진돼 온 비주력사업 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IB업계에선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지분 49% 매각 작업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