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임금·파업·대기오염…"중국 싫어" 외국계 기업들, 동남아로 탈출 러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위상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인건비가 매년 빠른 속도로 오르는 가운데 경제성장률까지 둔화하자 외국자본 기업이 속속 생산 공장을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대기오염 악화 문제까지 가세해 외자 기업의 중국 탈출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인건비 동남아의 2~6배

중국 남부 최남단에 있는 광둥성은 중국에서도 외자 기업 생산 공장이 밀집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특히 인접한 대만, 홍콩 기업의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그러나 중국의 높은 인건비 때문에 최근 광둥성에 있던 생산기지를 동남아로 옮기는 외자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대만 상공회의소 광저우 지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광둥성 지역에 있던 대만 기업의 최소 30%가 생산기지를 동남아 지역으로 이전했다. 홍콩 기업의 경우 2002년만 해도 약 6만3000개의 공장을 광둥지역에서 운영하고 있었지만 작년 말 절반에 가까운 3만2000개로 감소했다. 홍콩 기업이 고용하는 근로자 수도 같은 기간 1100만명에서 50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SCMP는 가파른 인건비 상승이 외자 기업이 중국을 떠나는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광저우 지역은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이 650달러(약 72만원)에 달한다. 인근 동남아 국가인 인도네시아(300달러) 베트남(250달러) 캄보디아(100달러)의 2~6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푼엔가이 홍콩폴리텍대 교수는 “인건비 상승뿐 아니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최근 급속하게 둔화한 것도 외자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투자 의향 기업도 갈수록 감소

대기오염 역시 외자 기업이 중국을 떠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비즈니스 관련 이사 업무를 담당하는 유니그룹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국을 떠난 외자 기업 주재원 수가 새로 중국으로 들어온 수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스티브 루이스 유니그룹 아시아태평양 담당 전무는 “중국의 경제성장세 둔화로 다국적 기업이 중국 현지 영업 전략을 변경한 요인도 있지만 살인적인 대기오염 등 환경 요인도 기업의 중국 철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자 기업이 해외 이전을 위해 중국 생산 공장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파업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시계 제조업체 시티즌그룹은 지난 5일 해외 생산기지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광저우에 있는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1000여명의 중국 노동자가 급작스런 공장 폐쇄에 대한 해명과 보상을 요구하며 시위에 들어갔다. 홍콩에 있는 노동단체인 중국노공통신 집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중국에서는 총 569건의 파업 및 시위가 발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중국에 투자하겠다는 기업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상공회의소 중국 지부가 최근 447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의 31%가 향후 중국 내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2013년 13%, 지난해 27%에 이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또 전체 응답 기업의 53%는 중국이 심각한 대기오염 때문에 인재를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