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장악한 중동 파워…항공 판도 바꾼다
중동지역 공항과 항공사들이 글로벌 항공업계의 판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공항은 지난해 국제선 이용자 수에서 세계 1위로 도약했고, 중동계 항공사들은 세계 각국의 항공사 지분을 사들이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두바이공항 국제선 이용자 수 1위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두바이공항 국제선 이용자 수는 7000만명으로,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6800만명)을 제치고 처음 선두로 올라섰다. 히드로공항의 수용능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여객 수요 증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히드로공항은 영국 정부에 활주로 확장 등을 신청한 상태지만 일러야 2023년께나 새 활주로 등이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두바이공항의 급성장은 지리적인 위치에다 세계 260여개 도시를 취항하는 폭넓은 노선을 토대로 공항이용료를 낮추면서 항공사들을 끌어들인 결과다.

두바이공항은 올해 국제선 이용자 수 목표를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7900만명으로 잡고 세계 허브 공항 입지를 굳건히 한다는 전략이다. 아흐메드 빈사에드 알막툼 두바이공항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인해 여객 수요 위축 우려가 있지만 8시간 이내에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주요 도시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세계 항공업의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공항 소유주인 두바이 정부는 2022년까지 두바이 제1, 2 공항인 두바이공항과 알막툼공항의 총 수용 승객을 2억2000만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영 에미레이트항공 노선을 확대하고 현재 화물 공항인 알막툼공항에 2022년까지 3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카타르와 UAE 아부다비도 두바이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허브 공항 육성에 뛰어들었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의 국제선 교통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해 다른 지역을 압도했다. 반면 세계 8위인 한국 인천공항은 국제선 이용자 수는 늘었지만 4년 만에 환승객 수가 감소하면서 아시아 허브 공항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사 지분도 공격적 인수

항공업계에서도 중동계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초대형 항공기 에어버스 A380과 보잉 777기의 세계 최대 보유 항공사다. 지난해 탑승률은 79%에 그쳤지만 월등한 수송 능력을 기반으로 세계 여객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다른 항공사 지분을 사들여 몸집을 불리는 경우도 있다. 카타르항공은 지난달 영국 브리티시항공을 거느리고 있는 국제항공그룹(IAG) 지분 10%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영향력 확대를 위해 추가 지분 매입도 검토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카타르항공 소유주인 카타르 정부는 히드로공항 주식 20%를 보유한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아부다비 에티하드항공도 이탈리아 최대 항공사인 알이탈리아와 독일 에어베를린에 출자한 데 이어 추가로 유럽 항공사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티하드항공은 노선 확대를 위해 이미 A380 등 신형 항공기 200여대를 주문했다.

중동계 항공사의 약진 속에 독일 루프트한자, 프랑스·네덜란드의 에어프랑스-KLM은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항공사의 실적 부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과 파리 샤를 드골공항 등의 이착륙 편수 감소로 이어졌다. 아시아에서도 중동계 약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 국제선 이용객 수는 국내 저가항공사(LCC)와 중동계 등 외국 항공사의 공세 때문에 1660만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