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물(水)을 잊지 말자
또다시 분주한 시작을 위해 잠자리에서 일어나 물 한 컵을 마신 후 샤워기에서 나오는 따스한 물을 온몸으로 맞으며 시작하는 아침은 나의 모든 세포를 깨워준다. 몸 안과 밖을 모두 다스리는 데 물은 소중한 보약이자 운동이다. 그런 물이 하염없이 소진되고 하수도관을 거쳐 빠져나가고 있다. 물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질도 추락할 위험에 있다.

얼마 전 방송된 ‘기후의 반란’이라는 다큐멘터리는 나에게 경각심을 안겨줬다. 작은 섬들이 기후온난화로 섬 전체가 몇십 년 안에 물에 잠기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 삶 내부 깊숙이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주민들의 물 사용 실태를 조사하며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 주소를 짝수와 홀수로 나눠 물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사용량을 초과할 경우 벌금을 내기도 한다. 물 부족으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지난해 1만7000여명의 농부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자료도 함께 소개됐다. 기후와 경제를 따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는 우리가 마실 생명수의 조달에 ‘빨간불’을 보내고 있다.

우리에게 물은 어떤 의미인가. 소중한 것은 너무 소중해서 그 의미를 잃고 나서야 진정한 소중함을 안다. 어머니의 사랑, 친구의 우정, 직장 동료들의 헌신처럼. 물은 공기와 더불어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원이다. 지구가 숨쉬기 위한 가장 커다란 기본 자양분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이에 물은 부족과 오염이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1999년 열린 ‘물 부족 대책 국제회의’에서는 “2050년에는 물 부족에 시달리는 인구가 10억~24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 밖에 난 고기’ ‘물이 깊어야 고기가 모인다’는 속담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물은 물끼리 만나면 즐거워요. 금세 강에 다다랐는지 토끼풀주섬주섬 모아 꽃피우는 강가를 바라보며 우리는 한 마음이 되어 큰 강을 만들지요. 강은 깊을수록 휘휘 휘파람을 불며 흘러가지요. 나는 친구들과 헤어져 어느 집 수도관으로 들어갔지요. 수도꼭지 틀어 놓고 물을 콸콸 흘려버리면 어쩌나 싶어 가슴이 콩닥거렸어요. 이윽고 누군가가 수도꼭지를 틀었어요. 휴우! 손이 조그맣고 귀여운 여자 아이였어요. 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 주었지요.’(오순택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중)

이석현 < 국회 부의장 esh33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