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중개수수료 상한요율 대신 고정요율을 채택했다. 오는 25일부터 중개 수수료 인하 조례안 심의에 들어가는 서울시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반포동 중개업소. 한경DB
경기도의회가 중개수수료 상한요율 대신 고정요율을 채택했다. 오는 25일부터 중개 수수료 인하 조례안 심의에 들어가는 서울시 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반포동 중개업소. 한경DB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반값 중개 수수료’를 추진한 경기도가 중개업계 손을 들어주자 서울과 다른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5일 경기도가 국토교통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출한 조례 개정안을 상한요율 대신 고정요율로 수정해 가결했다. 경기도의회의 이 같은 결정은 이달과 다음달 조례 개정안 심의를 앞둔 서울 등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국 주택거래량의 15%가량을 차지하는 서울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정부의 중개 수수료 인하안이 ‘반쪽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정요율이 확산될 경우 수수료율을 내리기 이전에 소비자와 중개업소 간 협의에 따라 결정되던 중개 수수료보다 더 높아지는 사례도 생겨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수수료 협상 여지 없앤 경기도

'반값 중개료' 후퇴한 경기도…다른 곳도 술렁
경기도는 도지사 발의 형태로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주택을 매매할 때 중개수수료를 현 0.9% 이하에서 0.5% 이하로, 3억원 이상~6억원 미만 주택 임대차 거래는 현 0.8% 이하에서 0.4% 이하로 협의하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을 도의회에 냈다. 정부의 권고안을 따른 것으로, 서울시 역시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은 그러나 ‘이하’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각각 0.5%, 0.4%로 요율을 고정시키는 쪽으로 수정·가결했다. 최고금액 구간인 9억원 이상 매매와 6억원 이상 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은 고정요율로 바뀌게 됐다. 종전과 같은 상한요율을 채택할 경우 소비자와 중개인 간의 불필요한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소비자들의 수수료 부담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세금 3억원 아파트를 거래할 때 세입자는 무조건 120만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상한요율로 통과됐다면 최대 120만원 내에서 소비자와 중개인이 협상해 더 낮은 수수료를 낼 수도 있다. 수정 조례안은 오는 11일 열리는 도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국토부 “공정법 위반”…고민하는 서울

공은 서울시로 넘어갔다. 전국 주택거래량에서 서울시와 경기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서울시도 고정요율을 택하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지자체들은 서울시의 최종 결정을 반영하겠다는 눈치다. 서울시의회는 오는 25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심의를 시작한다.

서울시도 상한요율이 그대로 통과될지 미지수다. 지난해 11월 강구덕 서울시의원(새누리당 도시계획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연 ‘부동산 활성화 및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도 고정요율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위원장인 김미경 시의원은 “시민 의견과 업계 요구를 고루 감안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상한요율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인 김금용 의원은 “인천시가 제출할 조례안대로 통과시키는 쪽으로 논의 중”이라며 “상한요율은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조례 개정안을 다음달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경기도의회가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는 방향으로 중개보수안을 개정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고정요율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경기도에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례 개정 절차 자체에 문제가 없는 만큼 마땅한 대책은 없다는 게 국토부 고민이다.

이현진/김보형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