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일러스트에 꽂힌 해외 의류·화장품 브랜드
명품, 준명품,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가릴 것 없이 브랜드 춘추전국 시대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합니다. 대부분 이탈리아나 프랑스 브랜드입니다. 각 브랜드 관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만들었다”며 기술력을 자랑하고 “고급 특수 가죽으로 만들었다”며 소재의 특수성을 강조합니다.

소비자는 헷갈립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국내에 들어온 대다수 해외 브랜드는 이미 소재·기술력 면에서 상향 평준화된 셈입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까요.

비싸든 싸든 소장할 가치가 있는지 먼저 따지는 ‘가치소비파’들은 결국 소비자의 문화적 감성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인지를 깐깐하게 살펴봅니다. 피겨 스케이트로 치면 기술 점수 외에 예술 점수도 높게 줄 만한지 따진 후 구매하는 겁니다.

패션일러스트에 꽂힌 해외 의류·화장품 브랜드
해외 브랜드들이 요즘 부쩍 패션일러스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감성 마케팅에 활용하면 소비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브랜드 이미지를 확 바꾸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미국 의류·잡화 브랜드 코치는 올 봄·여름(S/S) 컬렉션에서 미국 일러스트 작가 개리 베이스만과 손을 잡았습니다. 베이스만이 만든 악동 캐릭터 ‘크리처’를 이번 컬렉션의 거의 전 제품에 넣었어요.

미국 화장품 브랜드 맥도 최근 쿠바 일러스트 작가 루벤 톨레도와 손잡고 ‘이자벨 앤드 루벤 톨레도 컬렉션’을 출시했습니다. 호주 일러스트 작가 케리 해스는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랑콤의 창립 80주년을 기념한 일러스트 작업을 했습니다.

패션일러스트에 꽂힌 해외 의류·화장품 브랜드
토종 브랜드 중에서는 여성복 브랜드 톰보이가 패션일러스트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톰보이는 지난해 11월 미국 일러스트 작가 리처드 헤인즈와 협업했습니다.

톰보이의 주요 제품인 코트류를 일러스트로 그리게 한 뒤 이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주요 매장에 전시했습니다. 톰보이는 올해는 브라질 일러스트 작가인 레이터 안드레 아제베도와 협업할 예정입니다. 남성복 브랜드 중에서는 지난해 11월 미국 일러스트 작가 이안 스크라스키와 협업한 코모도스퀘어가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