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구조조정이 증세보다 먼저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문가들 "재정 한계…복지수요 증가·통일 대비 증세 카드는 아껴둬야"
“복지를 줄이는 게 우선이다. 그걸로도 안 되면 그때 가서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기초연금부터 손봐야 한다. 소득 하위 70% 기준을 적어도 40%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그 다음은 무상급식이다.”(김원식 한국재정학회장)
대한민국이 다시 복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많은 전문가는 섣부른 증세에 앞서 재정 능력을 벗어난 복지를 구조조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 없이 당장 증세를 하는 것은 광범위한 조세 저항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투자 소비 위축으로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저출산·고령화 가속화에 따른 미래 복지 수요 증가와 향후 남북 통일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증세는 ‘최후의 카드’로 아껴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복지제도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전달체계를 재정비하면서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복지를 선별 축소하는 것이 현실적 해법”(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이라는 진단이다.
정부 재정 여건 역시 지금 같은 무상복지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 경제 성장과 복지 지출 증가 속도의 괴리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사회복지 분야의 정부 지출은 2012년 이후 연평균 7% 증가한 데 비해 세수는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2년 9조6310억원이던 사회복지 분야 지출은 지난해 106조4390억원, 올해는 115조509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총선 땐 복지 재원공약으로 심판해야”
이 중 무상보육을 비롯한 보육·가족·여성 분야 지출은 연평균 17% 증가했다. 기초연금 등 노인·청소년 분야 증가율은 19.7%에 달했다. 올해는 무상보육 10조2000억원, 기초연금 10조원, 반값등록금 지원에 3조9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반면 국세 수입은 2012년 203조원에서 지난해 205조4000억원으로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경기부진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세수 여건은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2012년 이후 3년간 세수 결손이 총 22조4000억원에 이르고 올해도 3조원 정도 결손이 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하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예산 규모가 큰 무상복지 프로그램부터 손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복지 효과가 크지 않은 고소득층까지 포함하는 무차별 복지보다는 복지가 꼭 필요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복지구조를 재설계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의 ‘현명한 용기’가 절실한 이유다.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 당장 구조조정할 수 있는 복지 분야도 많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각 부처의 중복성 복지 지출이다.
연말정산 파동에서 나타났듯 증세와 증세에 버금가는 정책은 큰 저항을 부를 수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은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과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글로벌 법인세 인하 경쟁에 역행하는 패착이 될 수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복지 공약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무상복지 광풍’을 불러들였던 ‘선거정치’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런 국회에 제동을 거는 것은 힘이 달리는 게 현실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복지 공약이 아니라 재원 조달 방안의 현실성을 보고 투표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가는 선심성 공약은 표로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기초연금부터 손봐야 한다. 소득 하위 70% 기준을 적어도 40%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그 다음은 무상급식이다.”(김원식 한국재정학회장)
대한민국이 다시 복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많은 전문가는 섣부른 증세에 앞서 재정 능력을 벗어난 복지를 구조조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적 공감대 없이 당장 증세를 하는 것은 광범위한 조세 저항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투자 소비 위축으로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저출산·고령화 가속화에 따른 미래 복지 수요 증가와 향후 남북 통일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증세는 ‘최후의 카드’로 아껴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행 복지제도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전달체계를 재정비하면서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복지를 선별 축소하는 것이 현실적 해법”(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이라는 진단이다.
정부 재정 여건 역시 지금 같은 무상복지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 경제 성장과 복지 지출 증가 속도의 괴리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사회복지 분야의 정부 지출은 2012년 이후 연평균 7% 증가한 데 비해 세수는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2년 9조6310억원이던 사회복지 분야 지출은 지난해 106조4390억원, 올해는 115조509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총선 땐 복지 재원공약으로 심판해야”
이 중 무상보육을 비롯한 보육·가족·여성 분야 지출은 연평균 17% 증가했다. 기초연금 등 노인·청소년 분야 증가율은 19.7%에 달했다. 올해는 무상보육 10조2000억원, 기초연금 10조원, 반값등록금 지원에 3조9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반면 국세 수입은 2012년 203조원에서 지난해 205조4000억원으로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경기부진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세수 여건은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2012년 이후 3년간 세수 결손이 총 22조4000억원에 이르고 올해도 3조원 정도 결손이 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여건을 감안하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예산 규모가 큰 무상복지 프로그램부터 손질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복지 효과가 크지 않은 고소득층까지 포함하는 무차별 복지보다는 복지가 꼭 필요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복지구조를 재설계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의 ‘현명한 용기’가 절실한 이유다.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 당장 구조조정할 수 있는 복지 분야도 많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각 부처의 중복성 복지 지출이다.
연말정산 파동에서 나타났듯 증세와 증세에 버금가는 정책은 큰 저항을 부를 수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은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과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글로벌 법인세 인하 경쟁에 역행하는 패착이 될 수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복지 공약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무상복지 광풍’을 불러들였던 ‘선거정치’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이런 국회에 제동을 거는 것은 힘이 달리는 게 현실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복지 공약이 아니라 재원 조달 방안의 현실성을 보고 투표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가는 선심성 공약은 표로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