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떨어지자 값 인상
면세점價, 직구보다 비싸
랑콤·키엘 등은 되레 내려
샤넬 "인건비·환율 상승"
4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지난 1일부터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가격을 최고 8.9% 올렸다. 대표 제품인 ‘레 베쥬 헬시 글로우 쉬어 파우더(12g)’ 가격은 51달러에서 56달러(약 6만950원)로 5달러 올랐다. 샤넬 관계자는 “재료비, 인건비, 환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가격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샤넬 화장품의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의 가격 차이는 10%대에 그치게 됐다. 샤넬의 ‘르 블랑 라이트 리빌링 화이트 플루이드 파운데이션(30mL)’ 가격은 현재 롯데면세점에서 56달러(약 6만950원), 롯데백화점에서 7만2000원으로, 면세점 가격과 백화점 가격의 차이는 15.3%에 불과하다.
반면 랑콤의 ‘뗑 미라클 컴팩트 파운데이션(10g)’은 면세점에서 45달러(약 4만8978원), 백화점에서 7만2000원에 팔려 면세점 가격이 백화점보다 32.0%나 저렴하다. SKⅡ의 ‘스템 파워 크림(80g)’은 면세점 가격이 130달러(약 14만1492원)로 백화점 가격(17만9000원)보다 21.0% 싸다.
랑콤·키엘·비오템 등 로레알그룹 계열 화장품 브랜드들은 지난해 12월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일부 제품의 달러 표시 가격을 하향 조정했지만, 샤넬은 이와 반대로 값을 꾸준히 올렸기 때문이다. 샤넬은 2012년 10월과 2013년 2월 화장품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는 2월과 7월에 연속으로 인상했다.
샤넬 향수 제품의 면세점 가격은 이미 해외 직구(직접구매) 가격에 추월당했다. 대표 제품인 ‘넘버 파이브 오 프르미에르(100mL)’의 면세점 가격은 154달러(약 16만7613원), 직구 가격은 130달러(약 14만1492원)다. ‘코코 마드므와젤 오드 빠르펭 스프레이(50mL)’는 면세점에서 113달러(약 12만2989원), 직구로는 90달러(약 9만7956원)다.
세계적인 화장품 편집매장 세포라의 미국 인터넷몰(www.sephora.com)에서 10만원어치 이상 구매하면 배송료 1만5000원에 한국 직배송이 가능하다. 배송료를 내더라도 직구로 구입하는 게 면세점보다 더 싸서 면세점이 가격 경쟁력을 잃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결국 한국 내 매출이 예전 같지 않자 가격을 인상해 이를 보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의류·잡화는 5% 정도만 올려도 100만원 안팎으로 값이 확 뛰지만 화장품은 인상폭이 1~5달러 정도로 작아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