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2014년 결산배당을 발표한 10대 그룹 상장사 32곳 중 75%가 배당금을 늘렸다. 계열사 3곳 이상의 배당액을 결정한 그룹 중 가장 큰 폭으로 배당 규모를 확대한 곳은 현대차그룹(49.4%)이었다. 전문가들은 뚜렷해진 배당 증가 추세가 중장기적으로 주가 상승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했다 배당…응답하라 주가
○대기업, 배당 확대 정책에 화답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94개 상장사 중 32개 종목이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 중 24곳이 2013년에 비해 배당금 총액을 늘렸다. 삼성SDS 등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은 4개 종목도 올해는 배당주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의 배당 확대 분위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화답한 곳은 현대차그룹이었다. 현대차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산한 배당금을 전년 대비 52.9%, 기아차는 42.5% 늘렸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배당금 발표 후 현대차 주가는 1.2%, 기아차는 7.8% 하락했다. 반면 견조한 수익이 기대되는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는 배당 확대가 주가 상승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정관 KB투자금융 연구원은 “두 종목도 그룹사의 배당 확대 움직임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본다”며 “꾸준한 실적 개선에 배당 확대가 가세해 주가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17개 상장사의 총 배당금은 3조9354억원으로 2013년 대비 35.3%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에스원(34.77%), 배당수익률은 삼성카드(2.26%)가 그룹 내 상장사 중 가장 높았다. 배당 결정 후 에스원 주가는 5.8%, 삼성카드는 4.1% 올랐다. 한화로 매각되는 삼성테크윈과 지난해 12월 상장한 제일모직 등은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2013년 결산배당을 하지 않은 SK하이닉스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은 지난해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2010년 이후 4년 만에 배당을 했다. 포스코대우인터내셔널(66.4%)과 포스코켐텍(15.7%)의 배당을 늘렸다. GS그룹에서는 GS홈쇼핑(119.2%)의 배당 증가율이 돋보였다.

배당수익률이 0.5%를 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을 정도로 ‘짠 배당’을 해온 롯데그룹과 2011년 이후 3년 연속 1% 넘는 배당수익률을 이어온 한화그룹의 올해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당주 상승 모멘텀 주목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배당 확대를 주도하면서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은 2013년 14.2%에서 16.4%로, 배당수익률도 1.07%에서 1.24%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이익이 정체 상태인 것에 비하면 배당 증가폭이 크다”며 “여전히 세계 시장 평균엔 못 미치지만 정책의 방향이 설정된 만큼 기업들은 더 적극적으로 배당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주요국의 평균 배당성향은 40%, 배당수익률은 2.4%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고착화에 따른 투자자들의 배당 확대 요구와 배당세 감면 등 정부의 배당증대 정책이 맞물려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고 있다”며 “배당주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