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말은 새끼를 낳지만 돈을 새끼를 낳지 못한다’며 이자를 부인했습니다. 이른바 ‘화폐불임설’입니다. 이후 중세까지 ‘중간상인=기생충, 고리대금업자=도둑’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베니스의 상인’에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등장시킨 배경입니다.

이자에 대한 부정은 종교개혁가 칼뱅이 무너뜨렸습니다. ‘부당 이득’이라며 성경에서 금기시한 ‘금융 이윤’에 대해 ‘노동자의 소득’이나 ‘지주의 지대’와 동등하게 볼 수 있다고 주장했지요. 그는 빌려준 돈이 생산적 활동에 쓰일 때는 이자수취가 정당하다고 변호했습니다. 이 생각은 막스 베버에게로 승계돼 자본주의 발전의 사상적 근간이 됐습니다.

이후 탁월한 경제학자들은 이자를 시장경제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매김시켰습니다. 현대경제학의 대부격인 케인스는 명저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 이론’에서 이자율을 주요 분석틀로 삼은 거시경제학을 태동시켰습니다.

그렇게 경제학의 중심부로 진입한 이자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도 아닐진대 마이너스 이자까지 등장했네요. 스위스가 지난달 22일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시장에 충격파를 던진 것이지요. 돈을 맡긴 쪽(상업은행)에서 돈을 맡은 은행(중앙은행)에 이자를 문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연 1%’의 초저금리가 본격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97%로, 2%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초유의 일이지요. 고객이 맡긴 예금에 붙여 주는 은행이자도 연 1%대인 경우가 심심치 않게 목격됩니다.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수익은 1%에도 못 미치는 셈이지요.

마이너스 금리의 주역 스위스는 최근 자국 통화(Franc) 환율의 유로화 연동(페그)을 전격 폐지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소용돌이에 빠졌습니다. 종말과 혼돈을 일컫는 아마겟돈에 비유해 ‘프랑코겟돈’이라는 조어가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혼돈의 시대, 길 잃은 금리는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까요.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