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엔低 공세, 사업구조 재편 서둘러라
최근 급속한 엔화가치 하락세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반면 일본제품과 경합하는 한국 기업들은 원고(원화절상)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기본적인 방향은 기술이나 생산설비 등 기존 경영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산업 또는 기업 간 통폐합을 통해 자원의 공동 활용을 촉진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신일철(新日鐵)과 스미토모금속이 통합,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은 물론 기술개발의 시너지효과 창출, 효율적인 유통망 재구축 등이 가능해져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다음으로 생산성이 취약한 산업이나 제품에 비효율적으로 사용됐던 기술과 생산설비 등의 경영자원을 보다 생산성이 높은 산업이나 제품 생산으로 이전시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대적인 사업 축소나 폐지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11월 삼성과 한화 간의 화학부문 거래는 그런 활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각 기업의 핵심영역에 경영자원을 집중시키고, 비(非)핵심영역에 대해서는 타사와 제휴를 유도함으로써 산업 전체의 핵심역량을 보강시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간 통폐합을 추진할 때, 대기업 간 통폐합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간의 통폐합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간 통폐합은 중견기업 육성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중소기업의 충실한 연구개발(R&D) 활동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소기업 간 통폐합을 통한 경영자원의 효율적 활용은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생존력을 한층 더 높여줄 것이다.

기업 간 거래 구조를 간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동차 등 조립기업은 다단계 계열조직을 소단계 계열조직으로 재편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유통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계열기업의 통폐합에 따른 규모의 경제 제고, R&D 활동의 대형화를 달성함으로써 기술 개발력을 강화시키는 등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엔저·원고는 한국기업들이 첨단설비를 저가로 도입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급격한 엔저·원고를 계기로 노후 생산설비를 첨단설비로 교체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인적 자원의 자질향상을 위한 교육투자도 요구된다. 노동의 질을 높임으로써 노동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 때 교육투자는 비교열위 산업부문을 제외한 고부가가치 부문에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일본이 엔고를 극복하기 위해 전 산업부문에 걸쳐 철저한 합리화 대책을 추진한 결과, 흑자를 더욱 확대시켰는데 이런 활동은 결과적으로 내수를 축소시키는 요인이 돼 일본 경제를 침체에 빠지게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로서는 원고로 인해 발생하는 경영악화를 극복하면서도 비교우위와 비교열위를 분명히 함으로써 조화로운 국제 분업구조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경기침체 과정에서 재생이 어려운 ‘좀비기업’과 같은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발 빠른 구조개혁을 단행해 경영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추진해야 한다. 이런 노력은 은행의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국제경쟁에서 생존·발전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및 빅데이터 등 새로운 산업분야에 대대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산업조직의 재편을 통해 튼튼한 기업 기반을 구축해야 할 때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