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하합니다” > 유승민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왼쪽)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패배한 이주영 의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축하합니다” > 유승민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왼쪽)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패배한 이주영 의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비(非)박근혜계로 분류되는 3선의 유승민 의원(57)이 새누리당 신임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유 의원은 2일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정책위원회 의장 경선에서 총 149표 중 84표를 얻어 친박근혜계 지원을 받은 4선의 이주영 의원(65표)을 누르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유 원내대표의 임기는 내년 5월 중순까지 1년4개월이다. 비주류였던 김무성 대표가 작년 7월 당권을 장악한 데 이어 비박계인 유 원내대표가 원내 수장 자리를 꿰차면서 당내 친박 색채는 더욱 옅어지게 됐다.

◆원(元)박에서 탈(脫)박으로

'中부담-中복지' 내세운 유승민 "증세, 백지에서 검토"
유 원내대표는 13·14대 국회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로, 이회창·박근혜 등 두 명의 유력 여권 대통령선거 후보의 정책 참모를 지낸 정책통으로 꼽힌다. 이회창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총재 시절인 2000년 2월 여의도연구소장(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영입되며 정치에 발을 내디딘 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5년 한나라당 대표를 할 때 비서실장을 지냈고,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책메시지단장을 맡으며 ‘원박(원조 친박)’ 핵심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2012년 대선 전후로 박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탈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당 대표 때 추진한 당명(새누리당) 개정을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19대 총선을 앞두고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친박 대 비박 후보 간 경쟁 구도로 흐르며 과열 양상을 보이자 그는 “난 늘 그 자리에 있다. 영원한 친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내 증세 논의 탄력받나

정책통으로 통하는 유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을 맡으면서 집권 여당의 정책 기조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그의 정책 이념은 중도 우파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과거 무상급식 수용과 소득세·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좌클릭’이란 당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당내 불문율처럼 자리 잡은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날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담뱃세 인상, 세법 개정 등을 증세가 아니라고만 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등 거기에 묶이면 답답한 게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적정 수준의 복지를 떠받치기 위해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인세율 역시 “백지에서 검토할 수 있다”며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 내부에서는 향후 증세 논쟁이 당·청 간 잠재적인 갈등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958년 대구 출생 △경북고·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여의도연구소장 △17·18·19대 국회의원(대구 동구을)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