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사진)는 2002년 펀드매니저를 시작한 이후로 외국 주식을 매매한 적이 없다. 국내 주식의 ‘액티브매매’(주가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종목을 매매하는 전략)만으로도 그의 펀드들은 수익률 상위 1% 안에 들었다. 이런 박 대표가 올해엔 국내가 아닌 중국 주식시장에 승부수를 던진다. 국내에선 1위 헤지펀드 운용사지만, 중국 증시에서는 내수주 등에 장기 투자할 계획이다.

◆해외투자 가능하게 정관 변경

2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브레인운용은 최근 헤지펀드 백두와 태백의 정관에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백두와 태백은 2012년 9월과 2013년 3월에 각각 설정된 브레인운용의 대표 헤지펀드다. 설정액은 3180억원, 2803억원씩으로 국내 1위와 3위다. 설정 이후 수익률은 백두가 50.27%, 태백이 27.14%다. 브레인운용 관계자는 “향후 백두와 태백이 중국 주식에 투자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투자자들을 설득해 전원 동의를 얻었다”고 말했다.

브레인운용은 백두와 태백의 중국 주식 투자 시기를 올 하반기쯤으로 잡고 있다. 그 전에 사모펀드를 만들고 자기자본을 100억원 정도 투입해 운용성과를 쌓기로 했다.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중국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게 부담스러워서다. 브레인운용 관계자는 “정부의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중국 주식 투자를 시작할 것”이라며 “현재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해외 주식 매매 담당자들과 만나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저성장…수익 창출 어려워

한때 포털사이트에 박건영을 치면 현대자동차, 현대미포조선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로 박 대표는 국내 대형주 매매로 이름을 떨쳤다. 이런 박 대표가 미지의 영역인 중국 주식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국내 간판 기업들의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며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국내 주식도 과거처럼 크게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최근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일부 주식의 주가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서 중국 주식에 투자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브레인운용의 태백, 백두, 한라는 -1.01 ~ -1.38%의 수익률(23일 기준)로 국내 헤지펀드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박 대표는 10년 이상 성장할 수 있는 중국 주식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는 “10년 후 엄청난 규모로 성장해 있을 만한 중국의 우유회사 등 소비재주를 발굴해 장기 투자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성장주펀드를 운용하며 좋은 성과를 냈던 경험을 활용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