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취업여부 따라 보육료 차등…3년 만에 무상보육 틀 바꾼다
부분적 선별복지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무상보육체계 개편이다. 정부는 그동안 대상에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의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던 것을 차등화하고 시간제보육 도입 등 서비스 지원 방식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수십조원을 쏟아붓고도 효과는 미미한 현행 무상복지 체계를 대수술하지 않고서는 늘어나는 복지 재정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3년 만에 무상보육 개편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 중인 안은 엄마의 취업 여부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전일제(12시간) 기준으로 주고 있는 보육료 지원액을 각 가정이 필요한 수준까지 차등화해 낮추는 것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업주부가 전일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 보육할 이유가 없다”며 “전일 보육은 정말 서비스가 필요한 맞벌이 부부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일제 지원액을 모두 받고 있는 전업주부의 경우 반일제(6시간) 이하 수준까지 하향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보육료 수준이 차등화되면 전업주부와 고소득층 등 어린이집 이용 필요도가 적다고 판단되는 가구의 무상보육 서비스 지원시간은 현행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원하는 무상보육 시간 이상 시설보육이 필요한 경우 추가금액은 결국 학부모 부담이 될 가능성도 높다.

전업주부의 시설보육 자가부담이 늘어날 경우 사회적 반발도 예상된다. 2012년에도 무상보육이 과도한 시설보육 수요를 부른다는 지적이 나와 복지부가 개편을 시도했지만 전업주부의 반발과 국회의 반대로 도입에 실패했다. 당시 나왔던 개편안도 외벌이 가구의 보육 서비스 제공시간을 줄이고 대신 가정 양육수당 지원을 늘리는 방향이었다.

◆관계부처 공감대 형성

선별보육체계로의 전환은 이미 관계부처 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작년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복지부가 부분적 선별보육 시범사업 예산 20억원을 뒤늦게 증액 요청했고 기획재정부와 국회가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현재 무차별적 무상보육 체계가 비효율적이라는 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0~5세 아동 보육·양육 지원에만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3년 기준 1.19명으로 2012년(1.3명)보다 뒷걸음질쳤고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 등 보육의 질도 악화됐다.

정부는 전업주부나 고소득층 등 보육지원 필요도가 낮은 계층의 보육서비스 시간을 줄여 삭감한 예산을 어떻게 활용해 복지지출을 효율화할지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아동 1인당 보육단가를 높여주거나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활용하는 방안, 집에서 아이를 키울때 받을 수 있는 양육수당 금액을 올리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개편안을 발표하고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당장 내년부터 선별보육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다. 내후년엔 총선이 있어 여론의 반발이 있을 경우 개편이 어렵다.

◆무상복지 전면 재검토할까

무상보육뿐만 아니라 기초연금과 무상급식 등도 다시 선별지원으로 전환, 복지 재정지출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초연금이나 학교 급식 지원 대상을 소득하위 50%까지 줄일 경우 남은 예산을 취약계층 지원에 쓸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는 아직 기초연금과 무상급식 개편에 대해선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장기 재정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결국 축소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현재 소득하위 70%인 기초연금 대상을 축소하고 학교 급식비 지원도 소득별로 차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보육료

0~5세 아이를 어린이집 등에 보낼 때 받는다. 바우처 방식(아이사랑카드)이어서 다른 용처에 쓸 수 없다. 부모에게 직접 지원되는 보육 바우처와 어린이집에 보조금 성격으로 제공되는 기본 보육료로 구성된다. 둘을 합치면 아이 한 명당 22만~77만7000원 수준이다.

■ 양육수당

0~5세 아이를 어린이집 등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키울 경우 받는다. 현금으로 받기 때문에 생활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지원 금액은 아이 한 명당 10만~20만원 수준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