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배당을 늘리는 것은 고속 성장으로 인한 성과를 주주들에게 돌려주려는 주주친화 정책의 하나다. 기업 투자나 배당이 늘어나도록 올해부터 기업 내부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정부 정책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증권가는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 보통주 1株당 3000원 배당…"도요타 수준으로 배당성향 높인다"
현대차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계속해서 8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도 9%대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2위권을 유지했다. 이 기간 중 미국과 중국, 브라질, 터키 등에 잇따라 공장을 짓는 등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렸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자동차의 판매량은 2010년 500만대에서 4년 만인 지난해 800만대를 돌파했다.

성장 속도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배당은 경쟁 업체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이 22일 콘퍼런스콜에서 “지금까지 보수적 배당성향을 유지한 건 사실”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사장은 앞으로 주주친화적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3월 주주총회를 거쳐 현금배당금으로 보통주 기준 주당 3000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2011년 3월에 준 2010년 현금배당이 1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배당액이 2배가 됐다.

같은 기간 우선주까지 포함한 현금배당 총액도 갑절이 된다. 2010년 기준 배당총액은 4122억원이었지만 오는 3월 말 결산 이후 주는 작년 기준 배당총액은 8173억원으로 늘어난다. 당기순이익에서 현금배당 총액이 차지하는 비중 배당성향도 4년 만에 7.3%에서 11.1%로 상승한다.

이 사장은 현대차의 배당 수준을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2013년 기준 세계 자동차 업체 평균 배당성향은 28%이며 도요타와 BMW는 각각 29.5%와 32.1%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현대차는 또 주로 6월 말 반기 결산 후 지급하는 중간배당을 처음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도 고배당 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9일 “올해 특별배당금 성격으로 전년 대비 30~50% 정도 배당액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조1600억원(주당 1만4300원)의 배당을 했다. 배당을 30~50% 늘리면 올해 배당규모는 2조8100억~3조24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해 89조2563억원의 매출과 7조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2013년보다 9.2% 줄었다. 이 때문에 현대차의 주가는 이날 16만8000원으로 전날보다 2.04% 떨어졌다.

정인설/남윤선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