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적 자원관리(ERP)는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종래의 ERP가 회계 재고 생산 등에 한정됐다면 요즘 ERP는 협력사와 소통하는 도구로도 쓰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이 필요한 부분을 예측해주기도 하지요. 더존비즈온은 이런 변화에 맞추어 끊임없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회사입니다.”

강원 춘천 본사에서 만난 이강수 더존비즈온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선 SAP나 오라클보다 더존비즈온의 사용자 수가 훨씬 많다”며 “기술적으로도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국 법규에 맞는 편의성이나 한자 문화권에 맞게 한눈에 표로 정리할 수 있는 기능 등은 해외 제품보다 우수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더존비즈온의 ERP 제품 개발과 클라우드 기술 개발 등을 지휘하고 있다.
▷어떻게 중소기업용 ERP 시장 1위가 될 수 있었나요.

“중소기업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하려 노력했습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회계 지식을 가진 직원이 없는 곳도 많습니다. 더존비즈온은 그동안 쌓인 20억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회계작업을 도와줍니다. 세금계산서 은행거래내역 현금영수증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비용 등을 회계적으로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 추천해줍니다. 정확도는 90% 이상입니다.”

▷중소기업용 ERP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진 않은가요.

“기업들이 ERP의 모든 기능을 다 활용하는 것도 아니고,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 간에 성능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더존비즈온이 13만 고객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적극적인 고객 관리에 있습니다. 더존비즈온은 전국 주요 도시에 교육장을 두고 더존 ERP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최대인 170명의 전화상담사를 갖추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더존비즈온은 방학 때마다 전국 상업계 고등학교 선생님들에게 ERP 사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시행 중입니다. 학생들이 나중에 더존 ERP를 쓰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국내 전반적인 ERP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기존 고객들이 과연 클라우드로 전환할까요.

“패키지 제품보다 클라우드 제품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용을 생각하면 중소기업이 도입하기에 가장 부담 없는 게 클라우드라고 생각합니다.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기업은 PC에 ERP는 물론 MS 엑셀도 설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존비즈온의 클라우드는 우리 ERP 제품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 한글과컴퓨터 등과 제휴해 워드 프로그램도 클라우드로 마음껏 쓸 수 있습니다. 자체 데이터 센터를 갖추고 있는 점도 중소기업을 위해서입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자체 서버를 갖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더존비즈온의 데이터 센터에서 원하는 만큼의 리소스를 구입해 쓰면 됩니다. 유지보수부터 보안까지 더존비즈온이 다 해주기 때문에 업무 외적으로 신경 쓸 일도 없습니다.”

▷클라우드에선 보안에 대한 우려도 높을 듯 한데요.

“더존비즈온은 10년 이상 보안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해 왔습니다. 클라우드 보안과 관련된 특허도 다수 갖고 있습니다. 최근 오만 정부로부터 112억원에 이르는 보안솔루션과 데이터복구센터 구축 사업을 따낸 것도 더존비즈온의 보안 기술이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만 정부 관계자들은 직접 춘천 데이터센터를 방문해 시설과 기술을 살펴보고 갔습니다. 국내 대기업과 검찰에도 더존비즈온의 보안솔루션이 들어가 있습니다.”

▷분기보고서에 그동안 해외 매출이 없다고 나옵니다.

“2001년부터 중국 베이징과 선전, 칭다오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2005년에는 일본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고객은 현지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입니다. 해외에서 더존 ERP를 많이 쓰지만 국내 본사에서 비용을 결제하기 때문에 해외 매출로 잡히지 않습니다. 대신 더존비즈온은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들을 위해 다양한 언어를 지원합니다. 한국어를 모르는 현지 직원들도 어려움 없이 더존 ERP를 쓸 수 있습니다.”

▷최근 계열사 두 곳을 합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계열사인 뉴턴스와 더존에스엔에스를 더존비즈온과 합쳤습니다. 더존그룹은 계열사까지 인원이 1000여명에 이릅니다. 빠른 개발이 필요할 때는 계열사를 설립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도모합니다. 개발이 끝나면 개별 회사로 두는 것보다 다시 합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합병한 것입니다.”

▷춘천으로 본사를 옮기고 우수 인재 확보에 문제는 없나요.

“직원의 70~80%가 개발자입니다. 복잡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개발자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춘천 산골이지만 서울에서 1시간가량이면 오고갈 수 있기 때문에 우수 인재 이탈은 없었습니다. 200명가량의 직원은 아예 춘천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