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올해 국민소득 3만달러와 인구 5000만명을 동시에 갖춘 국가를 의미하는 ‘30-50 클럽’에 가입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에 이어 세계 일곱 번째다. 이는 높은 생활수준과 대외적으로 비중 있는 경제 규모를 갖춰 강국 반열에 올라선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적 위상은 아직 강국 대열에 끼기에는 거리가 멀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 국가가 글로벌 협력 없이 스스로 발전하기는 어렵다. 인류 공동과제인 기후변화, 환경보존, 질병퇴치, 식량수급 등의 전 지구적 문제는 국가 간 공동 노력이 필수적이다. 올해는 30-50 클럽 위상에 걸맞게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협력에 적극 참여해 국격을 높여가야 하며, 이를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확대다. 한국은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는데, 정부가 기여하는 ODA 자금은 2012년 총국민소득(GNI) 대비 0.14%(약 16억달러)로 유엔의 2015년도 목표치인 0.70%에 많이 못 미친다. 이 ODA도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관하면서 과학기술 분야의 ODA 사용은 미미하다. ODA 아젠다에 과학기술 분야를 명기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과학기술 관련 국제공동연구 및 국제협력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각종 국제행사의 한국 유치 및 한국인의 국제기구 진출도 장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엔 산하 한림원 관련 조직으로는 국제과학평의회(ICSU)와 국제한림원패널(IAP) 등이 있다. ICSU에서 주도하는 ‘미래지구’나 IAP에서 주도하는 ‘과학소통’ 과제 등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IAP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에서의 과학소통 역량 강화’에 대한 연구를 말레이시아 한림원과 공동 수행, 아시아에서 한국 한림원의 리더십을 키우는 계기가 된 바도 있다. 한림원에 개발도상국 한림원과 공동 시행할 수 있는 연구비가 있다면 한국의 과학기술 글로벌 리더십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제공동연구나 국제협력을 강화하려면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으로 ‘과학기술 글로벌 협력위원회(가칭)’를 가동할 필요도 있다. 시스템이 없으면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개도국에 ‘적정과학기술센터’를 더 적극적으로 설립·지원해야 한다. 이 센터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개도국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개발과 연결된 과학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조직이다. 작년 2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국립기술대학에 물과 관련된 ‘한·캄보디아 적정과학기술센터’ 개소식과 함께 아시아과학한림원연합회 지역워크숍이 열렸다.

한국의 과학기술 지식자산을 개도국에 나눠 주고, 개도국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주는 것은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한국이 어려웠던 시절에 선진국으로부터 받은 지원을 개도국에 되돌려 준다는 지구촌 차원의 협력 사이클 면에서도 좋고, 한국의 과학기술 글로벌 리더십을 확대해 나가는 데에도 긍정적이다. 한국의 국력은 지구촌의 지속 가능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충분히 기여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박성현 <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