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재가동(계속운전) 여부에 대한 의사 결정이 미뤄진 이유는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 대응능력을 놓고 정부기관과 민간 검증단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월성原電 가동여부 미룬 '느림보 원안위'…사회 불안만 키웠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출범 후 3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재가동 심사를 신청한 지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이 안건 처리를 시도한 원안위가 결론을 내리는 데 실패하자 ‘느림보 원안위’가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월성原電 가동여부 미룬 '느림보 원안위'…사회 불안만 키웠다
이날 회의에서는 원안위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 2명, 지역주민·학계·시민단체로 별도 구성된 민간검증단 2명, 원안위 기술자문위원회인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2명이 배석해 위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회의 초반에는 전문가검증단과 위원회 사이에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지속됐지만 회의 후반 들어 검증 결과를 둘러싼 위원 간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6일 KINS 검증단은 월성 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검증보고서를 통해 “19건의 개선 사항을 도출했지만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반면 민간검증단은 같은 보고서에서 “32개 지적사항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계속운전 시 안전성 보장이 어렵다”고 맞섰다. 과학적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마친 KINS의 결과를 신뢰해야 한다는 의견과 원전을 향한 국민의 불안감 해소와 완벽한 안전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가 맞붙은 것이다.

일부 위원이 “일단 계속운전을 승인한 뒤 보수정비를 하면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32개 사안에 대한 모든 조치가 사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반대 측 의견을 끝내 설득하지 못했다.

특히 치열하게 맞붙었던 부분은 지진 발생 시 원전 안전성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KINS 검증단은 “발생 확률이 1만년에 한 번꼴인 대형 지진에도 주요 안전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설계 기준을 초과한 화재가 발생해도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 있는 필수 대처 기능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간검증단 측은 “지진 해일 호우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사면(비탈면)이 붕괴될 가능성, 지하수 흐름에 의한 지반 특성 변화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원안위원들은 “원안위 자문을 맡고 있는 원자력안전전문위원 중 지질 전문가가 양측 검증단의 검증 결과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차기 회의 때 다시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뒤 회의를 다음달로 미뤘다.

원안위는 오는 30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나눈 뒤 다음달 12일 본회의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최종 결정이 미뤄진 데 대해 원안위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지나치게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 재가동과 폐로 사이에서 너무 오랫동안 여론 눈치를 보는 바람에 오히려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설계연한 30년짜리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 이후 2년2개월째 멈춰서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안위가 결정을 미루면서 오히려 원전에 대한 사회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다음달에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안위는 이은철 위원장을 포함해 원자력 전공자 5명과 비전공자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과반수로 계속운전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