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 위를 걸으며 겨울 산의 설경을 즐기는 기분,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전용 신발인 ‘스노 슈즈(snow shoes)’를 신고 눈길을 걷는 이색 레저 스포츠인 ‘스노 슈잉(snow shoeing)’이 국내에 처음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노 슈잉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유럽에선 스키, 스노보드와 더불어 겨울철 인기 스포츠로 꼽힌다. 원래는 군인들의 동계훈련을 위해 고안된 것으로, 특별한 기술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눈밭을 안전하게 걷기 위해 스노 슈즈라는 장비를 착용한다. 이 신발은 가볍고 견고한 알루미늄 프레임이 달려 있다. 발이 푹푹 빠질 정도의 눈길에서도 착용자의 체중을 지탱하고, 주변의 눈을 눌러줌으로써 신발에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도와준다. 선조들이 산간지방에서 겨울철 덧신으로 신던 설피(雪皮)와 같은 역할을 한다.

스노 슈잉의 가장 큰 매력은 탁 트인 겨울 산을 걸으며 느끼는 대자연의 정취다. 인적이 드문 코스를 걷기 때문에 눈을 밟는 발걸음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국내에서 스노 슈잉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제주 한라산 성판악이다. 제주신라호텔이 최근 투숙객을 대상으로 매주 화·목·일요일에 스노 슈잉 코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최대 20명이 한 팀을 이뤄 GAO(Guest Activity Organizer)라 불리는 전문직원의 인솔에 따라 성판악 눈길을 걷는다.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신발과 재킷을 포함한 주요 장비는 호텔에서 빌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스노 슈잉을 즐기려면 스노 슈즈와 등산화, 방한복, 스틱, 장갑 등을 준비해야 한다. 스노 슈즈의 가격은 10만원대에서 4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오권석 제주신라호텔 GAO는 “스노 슈잉은 푹신한 눈 위에서 진행되는 레저 활동이어서 비교적 안전하다”며 “해외 연구에 따르면 시간당 400~500㎉의 열량을 소모해 조깅 못지않은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