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重苦에 시달리는  보일러 시장
국내 보일러 업계에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내수시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탈출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한국은 중국산 보일러에 대한 관세를 당장 철폐하는 반면 한국산 보일러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현재 10%인 관세가 매년 1%포인트씩 내려가 10년 뒤에나 관세가 없어지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보일러보다 더 큰 기대를 걸었던 온수기 관세는 중국이 20년 시한을 두고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해 국내 업계의 충격이 크다. 현재 35%인 온수기 중국 관세를 20년에 걸쳐 없애기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는 한 업체는 사업계획 수립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국내 보일러시장 규모가 연 130만대 수준”이라며 “중국시장을 보고 생산규모를 늘리고 수출을 기획했지만 한·중 FTA가 기대에 못 미쳐 대대적인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뒤늦게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16일에도 보일러 업체 임원들과 정부 간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보일러 업계에서는 “사전에 진행해야 할 간담회를 협정 타결 뒤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세계적인 보일러 업체들이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세계 1위 보일러업체인 바일런트는 이미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판매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보쉬 등 다른 보일러 업체도 한국 수출을 위한 인증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글로벌 업체들의 주력 품목은 고가의 대형 보일러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