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롯데 신라호텔 등 기존 ‘빅2’는 물론 신세계 갤러리아 현대아이파크몰 등 유통업체들과 제주관광공사(JTO)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 공기업, 부영 등 건설업체까지 뛰어들었다. 세계 면세점 업계 1위 DFS와 2위 듀프리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판 커진 면세점 시장…롯데-신라 전쟁이 시작됐다
최대 격전지는 제주 지역이다. 정부가 전국 시내 면세점을 4개 더 허가해주기로 한 가운데 제주에 1~2개가 배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신라면세점이 제주시, 롯데면세점이 중문단지(서귀포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나, 롯데가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잡기 위해 제주시로 이전을 선언했다. 오는 3월 만료되는 중문단지 면허를 반납하고 제주시내에 대형 면세점을 내겠다고 나선 것이다. 롯데는 전국 최대 규모 중소기업 면세점과 제주 현지법인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지난 13일 제주로 내려가 지역상공인들에게 지역사회 환원을 약속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롯데가 추진하는 사업계획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제주 면세점 사업이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구분돼 균형 발전을 도모해왔는데 롯데가 제주시로 옮기면 균형 발전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사업 신청을 호텔롯데로 해놓고 나서 운영은 다른 법인으로 하겠다는 것은 관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전쟁도 뜨겁다. 세계 최대 규모인 인천공항 면세점은 구역을 12개로 나눠 중견·중소기업에 4개, 일반 및 대기업에 8개를 배정키로 했다. 입찰 신청서 마감은 오는 19일이며, 세계 1위 DFS, 2위 듀프리, 4위 롯데, 7위 신라까지 모두 도전장을 던졌다. 여기에 신세계, 한화갤러리아, 워커힐도 입찰에 뛰어든다. 중견·중소기업으로는 하나투어와 엔타스듀티프리, 대구 그랜드호텔, 동화면세점 등이 관심을 갖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에는 신세계, 갤러리아에 이어 현대산업개발 계열의 현대아이파크몰까지 뛰어들었다. 신세계는 사업자로 선정되면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관, 한화 갤러리아는 태평로 한화금융센터빌딩, 현대아이파크몰은 용산점에 면세점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면세점 사업 쟁탈전이 뜨거운 것은 유커의 영향으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어서다. 한국을 방문한 유커는 지난해 600만명을 돌파했으며 2020년엔 1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면세점 시장 규모도 2010년 4조원에서 지난해엔 7조5000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올해도 두 자릿수 신장을 이어가 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을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전망해 무리하게 사업에 뛰어들거나 확장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면세점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3년 후엔 한류 관광 열풍이 수그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