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그라메냐 룩셈부르크 재무장관(사진)은 1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룩셈부르크가 세금 부과와 금융 투명성 등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스트리아와 함께 유럽 내 조세회피처로 지목돼 온 룩셈부르크는 지난해 독일 등으로부터 “불공평한 조세 부과로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 피해를 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마존과 펩시, 이케아 등 다국적 기업 340곳이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수익을 룩셈부르크로 이전해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적게 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EU의 조사도 진행 중이다.
그라메냐 장관은 “국세와 지방세를 합친 룩셈부르크의 법인세율은 20%가 넘고, 부가가치세율은 15~17%로 한국보다 높다”며 “물론 다른 EU 회원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케이맨제도 등 조세회피처와 비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정 기업에 낮은 세율로 혜택을 주며 투자 유치를 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EU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조세 관련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으며 특혜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룩셈부르크는 지난해 11월 은행 비밀주의를 포기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독일 등 EU 회원국과 세수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이 같은 변화에 따른 투자 감소 우려는 적극적인 투자 유치활동으로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그라메냐 장관은 올해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 홍콩, 오만, 페루 등 수십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룩셈부르크는 금융과 정보기술(IT),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서 유럽 최고의 사업환경을 갖췄다”며 “유럽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이라면 룩셈부르크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