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공급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원자재지수가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한 국제유가가 원자재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원유와 농산물, 구리 등 22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원자재지수는 12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1.6% 하락한 101.95를 기록했다. 2002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작년 한 해 동안 이 지수는 17%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연간 하락 폭이다.

원자재지수 하락은 유가가 작년 하반기 이후 반 토막 난 데다 미국의 풍작으로 곡물 가격이 하락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성장 둔화로 구리 가격이 내려가고, 공급과잉으로 철광석 값이 떨어진 것도 지수를 끌어내렸다. 철광석은 작년에 전년보다 수요는 9% 증가했지만 생산량은 12% 늘었다. 수년간 철광석 가격이 오르자 글로벌 철광석 업체들이 생산량을 앞다퉈 늘렸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 강세도 원자재 가격을 억누르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 호조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일본과 유럽의 대규모 양적 완화 전망이 맞물리면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스티펠니콜라스의 차드 모건랜더 펀드매니저는 “미국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올 상반기에도 원자재 가격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원자재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은 공급”이라며 “원자재 시장 호황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