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철강업계 두 번 울리는 중국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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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산업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이미 빠져나갈 구멍 다 만들어 놓고, 말장난 한 거나 다름없죠.”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용 철강재에 대한 증치세(일종의 부가가치세) 환급 폐지 결정으로 숨통이 좀 트였느냐는 기자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이번 조치로 우리가 혜택을 입는 기간은 길어야 한 달”이라고 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1일부터 일부 수출용 철강재에 대한 증치세 환급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증치세 환급제는 중국 정부가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합금강 제품을 수출할 때 매기는 부가세 일부를 해당 업체에 되돌려주는 제도다. 중국 철강사들은 세금의 9~13%를 정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출가격을 약 10% 낮출 수 있었다. 이 제도 탓에 2010년 이후 국내 철강업체들은 저가의 중국산 철강에 시장을 40%가량 잠식당했다.
전후사정을 감안할 때 중국의 증치세 환급 폐지 결정은 한국 철강업계가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반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가 뭘까.
중국 정부는 증치세 환급 폐지 대상을 보론(붕소)을 첨가한 일부 특수강으로 제한했다. 건설과 토목 자재로 쓰이는 H형강은 대상에서 뺐다. 한 철강 수입업자는 “중국 기업들은 이미 보론 대신 크롬, 마그네슘 등 다른 합금철을 첨가해 특수강으로 제작하는 설비를 갖췄다”고 전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정부가 ‘꼼수’를 부렸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2년부터 15차례에 걸쳐 중국 측에 ‘합금강(보론강) 수출 부가세 환급 폐지’를 주장해왔지만 매번 꿈쩍도 않다가 자국 기업들이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게 된 시점에 환급 폐지를 발표했다는 점에서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문제라고 꼬집는다. 중국 정부의 꼼수가 도를 넘었는데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무역위원회는 지난달 중국 철강업체에 대해 H형강 덤핑 예비판정을 내렸지만 덤핑 방지 과세율 책정과 잠정관세 부과 등은 유보했다. 덤핑조사도 동국제강과 현대제철의 제소가 있은 지 2개월여가 지나서야 착수했다. “중국산 저가철강 공세에 대응하느라 입술이 바짝 타들어간다”는 업계의 다급함에 비해 정부 대응은 여유가 넘쳐도 너무 넘친다.
김보라 산업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수출용 철강재에 대한 증치세(일종의 부가가치세) 환급 폐지 결정으로 숨통이 좀 트였느냐는 기자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이번 조치로 우리가 혜택을 입는 기간은 길어야 한 달”이라고 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1일부터 일부 수출용 철강재에 대한 증치세 환급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증치세 환급제는 중국 정부가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합금강 제품을 수출할 때 매기는 부가세 일부를 해당 업체에 되돌려주는 제도다. 중국 철강사들은 세금의 9~13%를 정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출가격을 약 10% 낮출 수 있었다. 이 제도 탓에 2010년 이후 국내 철강업체들은 저가의 중국산 철강에 시장을 40%가량 잠식당했다.
전후사정을 감안할 때 중국의 증치세 환급 폐지 결정은 한국 철강업계가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반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가 뭘까.
중국 정부는 증치세 환급 폐지 대상을 보론(붕소)을 첨가한 일부 특수강으로 제한했다. 건설과 토목 자재로 쓰이는 H형강은 대상에서 뺐다. 한 철강 수입업자는 “중국 기업들은 이미 보론 대신 크롬, 마그네슘 등 다른 합금철을 첨가해 특수강으로 제작하는 설비를 갖췄다”고 전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정부가 ‘꼼수’를 부렸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2년부터 15차례에 걸쳐 중국 측에 ‘합금강(보론강) 수출 부가세 환급 폐지’를 주장해왔지만 매번 꿈쩍도 않다가 자국 기업들이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게 된 시점에 환급 폐지를 발표했다는 점에서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문제라고 꼬집는다. 중국 정부의 꼼수가 도를 넘었는데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무역위원회는 지난달 중국 철강업체에 대해 H형강 덤핑 예비판정을 내렸지만 덤핑 방지 과세율 책정과 잠정관세 부과 등은 유보했다. 덤핑조사도 동국제강과 현대제철의 제소가 있은 지 2개월여가 지나서야 착수했다. “중국산 저가철강 공세에 대응하느라 입술이 바짝 타들어간다”는 업계의 다급함에 비해 정부 대응은 여유가 넘쳐도 너무 넘친다.
김보라 산업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