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도로사선 등의 규정을 충족할 수 없어 재건축이 힘들었던 낡은 주택을 이웃한 주택과 공동 사업을 통해 손쉽게 재건축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접한 두 가구 이상의 주택을 함께 재건축하면 건축법상 각종 요건을 완화해주는 건축협정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오래된 주택들의 소규모 정비사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축협정 제도가 지난해 10월 건축법에 반영됨에 따라 시범사업 후보지 공모를 거쳐 4곳을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시범사업지는 △서울 양천구 목동 2필지 △경북 영주시 영주2동 3필지 △부산 중구 보수동 5필지 △전북 군산시 월명동 6필지 등이다.

건축협정을 맺으면 건축물 간 50㎝ 이상 간격을 두도록 한 민법 조항을 따르지 않고 두 건물의 벽을 맞붙여 짓는 ‘맞벽 건축’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건축물 높이 제한도 완화된다. 협정을 맺은 땅은 하나의 대지로 간주해 건폐율, 용적률, 조경, 주차장, 진입도로 등의 기준을 적용하고 대지 분할, 도로사선, 일조 등의 기준도 완화된다.

서울 목동의 시범사업지는 SH공사가 다가구 임대주택으로 건설하기로 했다. 대지 두 필지를 하나처럼 묶어 두 건물을 맞벽으로 건축하고 주차장·조경 등을 공동으로 설치해 실사용 공간인 전용면적을 넓힐 계획이다.

경북 영주2동 사업지는 도로가 없는 단독주택을 포함한 3필지로 이뤄져 있는데 모든 대지가 폭 4m 이상의 도로가 있어야 하는 제한 때문에 개별 재건축이 불가능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개 필지를 묶어 건축협정을 체결하면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협정을 통해 진입로가 없는 맹지나 경사진 대지에 있는 주택 등을 융통성 있게 재건축할 수 있고 건축비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추가 인센티브 내용을 찾는 등 제도 개선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건축협정 사업과 관련된 사항은 건축협정 지원센터로 지정된 건축도시공간연구소로 문의하면 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