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잃은 시대…부활과 구원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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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센터서 개인전 연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씨
정치·문화·도덕 혼돈이 빚어낸 인간성 상실을 미술로 짚어내
정치·문화·도덕 혼돈이 빚어낸 인간성 상실을 미술로 짚어내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씨(45)가 자신의 이름을 알린 작품은 움직이는 명화 시리즈다. 그는 고정불변하다고 여겨지던 동서양 거장 화가들의 명화에 움직임을 부여했다. 2006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김홍도의 ‘묵죽도’와 모네의 ‘해돋이’를 응용한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은 이래 김정희의 ‘세한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을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안에 담아냈다.
캔버스 안에서 잠자고 있던 명화들은 이씨의 모니터 안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꽃이 피었다 지고 함박눈이 쌓이고 잉어가 물 속을 헤엄쳤다. 모나리자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전시와 아트페어 참가 요청이 줄을 이었다.
오는 5월9일 시작되는 2015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개인적인 구축물(personal structures)’에도 초대돼 출품할 예정이다. 미디어 아트의 새 길을 낸 그에게 ‘백남준의 후예’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미디어 아트계의 스타작가로 부상한 이씨가 내달 8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신작 30여점의 설치 및 평면을 선보이는 개인전 ‘다시 태어나는 빛’을 연다. 이씨는 이번 전시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충돌과 대립, 정치·도덕·문화·예술의 혼돈이 빚어낸 인간성 상실을 짚어냈다. 그는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제도화된 사회는 이미 빛을 잃어버린 시대”라며 “우리는 새롭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설치작품 ‘빛의 언어’가 전시 전체의 주제를 함의한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복제한 밀로의 비너스를 등이 보이게 돌려놓았다. 조각의 하얀 등판에 영상으로 자승자박(自繩自縛)이란 검은색 글씨가 비친다. 이씨는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제도들이 결국 인간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며 “빛(영혼과 정신)을 잃어버린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결국 새로운 빛의 출현인데 그게 꼭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2층에는 부활과 구원을 상징하는 작품들이 배치돼 있다. ‘리본 라이트(Reborn Light)’는 기독교의 침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물이 절반쯤 담긴 네모난 수조 안에 아날로그 TV가 줄에 매달려 일정 시간 간격으로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TV 화면에는 부활을 상징하는 흰 비둘기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마지막 전시실 입구에 걸린 작품 ‘그리스도는 왜 TV를 짊어졌을까’에는 고난을 받은 예수가 십자가 대신 아날로그 TV를 짊어지고 가고 있다. TV 화면에는 아날로그 방송을 상징하는 7색 컬러바가 붙어 있다. 이씨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즉 정신과 물질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그러나 희망은 있다고 이야기한다. 2층 전시장을 나오면 1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LED 작품 ‘베르메르의 하루’가 걸려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차용한 작품으로, 세로로 길게 늘어선 LED 캔버스 안에서 한 여성이 우유를 따르고 있다. 새벽에도, 한낮에도, 저녁에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세상 모든 사람에 대한 위로가 아닐까. 현실은 암울하지만 그것을 감내하는 필부들의 삶은 소중하다는 작가의 어루만짐이 느껴진다. (02)720-1020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캔버스 안에서 잠자고 있던 명화들은 이씨의 모니터 안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꽃이 피었다 지고 함박눈이 쌓이고 잉어가 물 속을 헤엄쳤다. 모나리자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전시와 아트페어 참가 요청이 줄을 이었다.
오는 5월9일 시작되는 2015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개인적인 구축물(personal structures)’에도 초대돼 출품할 예정이다. 미디어 아트의 새 길을 낸 그에게 ‘백남준의 후예’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미디어 아트계의 스타작가로 부상한 이씨가 내달 8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신작 30여점의 설치 및 평면을 선보이는 개인전 ‘다시 태어나는 빛’을 연다. 이씨는 이번 전시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충돌과 대립, 정치·도덕·문화·예술의 혼돈이 빚어낸 인간성 상실을 짚어냈다. 그는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제도화된 사회는 이미 빛을 잃어버린 시대”라며 “우리는 새롭게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설치작품 ‘빛의 언어’가 전시 전체의 주제를 함의한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복제한 밀로의 비너스를 등이 보이게 돌려놓았다. 조각의 하얀 등판에 영상으로 자승자박(自繩自縛)이란 검은색 글씨가 비친다. 이씨는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제도들이 결국 인간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며 “빛(영혼과 정신)을 잃어버린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결국 새로운 빛의 출현인데 그게 꼭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2층에는 부활과 구원을 상징하는 작품들이 배치돼 있다. ‘리본 라이트(Reborn Light)’는 기독교의 침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물이 절반쯤 담긴 네모난 수조 안에 아날로그 TV가 줄에 매달려 일정 시간 간격으로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TV 화면에는 부활을 상징하는 흰 비둘기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마지막 전시실 입구에 걸린 작품 ‘그리스도는 왜 TV를 짊어졌을까’에는 고난을 받은 예수가 십자가 대신 아날로그 TV를 짊어지고 가고 있다. TV 화면에는 아날로그 방송을 상징하는 7색 컬러바가 붙어 있다. 이씨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즉 정신과 물질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그러나 희망은 있다고 이야기한다. 2층 전시장을 나오면 1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LED 작품 ‘베르메르의 하루’가 걸려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차용한 작품으로, 세로로 길게 늘어선 LED 캔버스 안에서 한 여성이 우유를 따르고 있다. 새벽에도, 한낮에도, 저녁에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세상 모든 사람에 대한 위로가 아닐까. 현실은 암울하지만 그것을 감내하는 필부들의 삶은 소중하다는 작가의 어루만짐이 느껴진다. (02)720-1020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